ASSOCIATION OF PHYSICIANS FOR HUMANISM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라는 이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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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의협][기고][공감]슬기로운 자립 생활

작성자 : 관리자 2021.01.27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의사

 

목발을 짚고 진료실에 들어오신 재아씨(가명). 자립해서 좋으냐고 여쭤보았더니 별말씀 없이 씩 웃기만 하신다. 재아씨는 지적장애와 지체장애가 함께 있는 분으로 실외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실내에서는 주로 기어다니거나 목발을 짚고 천천히 이동하는데, 그날 진료실에는 목발을 짚고 들어오셨다. 아마도 전동휠체어는 대기실 한쪽에 주차되어 있을 테지.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의사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의사

4년 전 장애인 공동생활시설의 이용인과 그 시설의 주치의(촉탁의) 관계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재아씨의 가장 큰 건강 문제는 요로결석이었다. 요로결석은 재아씨가 자립을 준비하고 있을 때 덮쳐왔다. 이미 두세 차례 요로결석 때문에 응급실을 방문했던 터다. 재아씨도 두려움이 있었다. 밤에 겪은 배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무섭지 않을 리 없다. 

시설에서는 의료사례회의가 열렸다. 시설장을 비롯해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선생님들이 모두 함께하는 다직종의 의료사례회의가 열렸고, 나도 촉탁의 자격으로 참여했다. 

요로결석을 예방하기 위해선 물을 많이 마시는 게 필요한데, 재아씨와의 상담과 생활관찰을 통해 확인된 건 오히려 재아씨가 극도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지체장애로 인해 화장실에 자주 가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특히 밤에 화장실에 갈라치면 누군가에게 데려다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매일 얘기하는 게 내키지 않아서 그런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물을 마시지 않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 소변 농도가 진해지니 요로결석은 계속 재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이 요로결석이 재아씨가 그토록 원하는 자립을 가로막고 있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1270300005&code=990100&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csidx197c4a94abfb5d49bd1683ad4700c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