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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하루에만 40명 내시경, 나는 의사인가 기계인가

작성자 : 관리자 2014.06.27

하루에만 40명 내시경, 나는 의사인가 기계인가

[의료민영화 되면, 우리는⑧] 상위 몇 %의 특급 검진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

 

14.06.27 08:48l최종 업데이트 14.06.27 08:48l
김미정(원진녹색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나는 경기도 소도시에 있는 2차 병원에서 근무하는 봉직의(봉급을 받는 의사)다. 10년 넘게 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우리 병원 검진센터의 주수입은 국민건강공단에서 시행하는 성인병 검진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 있는 공공기관 공무원이나 조합원 등의 단체 검진이 있었으나 이제는 없어졌다. 영업사원을 동반하여 로비를 하는 전문 검진센터들로 단체 검진이 옮겨 갔기 때문이다.

건강검진 단체계약에서 '을'이 되는 병원들

공공기관이나 조합 등은 수백명이 병원과 계약을 하여 건강검진을 하게 되는데 계약 액수가 수천 만 원이다. 그래서 계약서를 쓰기 시작하면 단체들은 '갑'으로 변한다. '을'이 된 건강검진 기관은 미리 30% 이상의 할인을 제시하고, 갑이 요구하는 이런저런 물품 혹은 부대조건들을 얹어준다.

어떤 기관에서는 백만 원 상당의 키·몸무게 측정기를 요구했고 어떤 기관에서는 혈압 측정기를 기증해 달라고 했다. 내가 근무한 병원은 기본적으로 로비를 하지 않고 부대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지만 갑의 요구를 맞추어 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영업사원을 동반하여 로비를 하는 전문 검진센터들이 활동을 시작하더니, 단체 검진들을 가져갔다. 우리 병원에서 3년간 단체로 종합검진을 하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끔 다른 병원에서 검진한 결과지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물론 서운했지만 어쩌겠는가. 그분들에게도 나름 사정이 있는 것을.

이분들 개개인의 의견이 종합되어 단체 검진을 받는 게 아니다....(이하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