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OCIATION OF PHYSICIANS FOR HUMANISM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천’이다.
성명과 논평
시민의 생명과 건강이 가장 먼저다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 사직이 약 120일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와 시민들은 고통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특히 각종 암 환자 및 중증 환자의 진단 및 치료 지연, 더 심각해진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피해는 실제로 집계가 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의료대란은 없다는 말만 계속하고 있을 뿐 실제로 이 상황을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부는 암 환자 진료 협력체계를 강화해 암 환자가 제때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많은 대학병원에서 암 환자 수술이 연기되고 있다. 또한 응급 의료 상황실을 설치해 적정 병원으로의 전원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정부가 직접 맡겠다고 발표했지만, 더 심각해진 ‘응급실 뺑뺑이’로 위급한 상황에 내몰리는 환자는 늘고 있다. 4개월째를 맞고 있는 의료 공백으로 ‘응급 의료 사각지대’는 점점 더 커지는데,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의 진료 중단은 벼랑 끝에 놓인 환자들의 등을 떠미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환자의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일부 의대 교수들의 휴진 등 진료 중단, 그리고 그러한 언사를 투쟁 수단으로 삼아 지금도 고통 속에 있는 환자와 시민을 불안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
시민들이 의대교수들에게 바라는 것은 지금 그들이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전공의 지키기’나 진료중단이 아니라 심각한 의료공백 상황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이 이 사태에서 정부와 전공의 간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고 의사 증원 반대 투쟁에 앞장 서는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에 반대함을 분명히 한다. 무엇보다 중증, 응급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이번 휴진이 장차 의사와 환자 및 시민 간의 신뢰 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리는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협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의사증원은 1명도 안된다는 주장만을 되풀이 하며 현재 상황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들이 의사정원 전면반대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대안 없이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및 ‘원점 재논의’를 다시 요구하며 벌이는 6월 18일 집단 휴진도 현재 상황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채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만 더 크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현 상황을 해결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한다. 정부는 우리 사회의 ‘필수의료’ 공백, 응급실 뺑뺑이, 지역격차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단지 의사 2,000명 증원이 의료개혁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강행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계속 말해왔듯이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필수의료 공백, 지역간 불평등의 문제는 시장주의 원칙에 따라 이윤을 좇는 사립의료기관들의 무계획적 의료공급이 이루어지는 한 해결될 수 없다. 필요에 따른 적정 의료 공급이라는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공공의료가 중심이 될 때 오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의료 공백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아울러 필수 의료 공백,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공공의료 중심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에게 이러한 계획과 의지는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선거국면에서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2000명 증원이라는 정략적 행위만이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의사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고 그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적 2,000명 의사증원 방안에 반대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해왔다. 늘어날 의사가 필수 의료, 지역의료에 종사하게 할 아무런 정책적 대안이 없는 ‘낙수 효과’만을 기대하는 단순 증원 정책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사증원은 지난 2020년, 5년간 400명의 한시적 의사증원안에도 코로나 시기 전면 파업을 한 전공의들이나 의협의 대응을 고려하여 전 시민적 논의를 전제로 보다 진지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윤석열 정부의 정략적이기만 한 시장주의식 대규모 증원과 그것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는 시민들의 피해는 예견된 것이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의사증원은 한 명도 안된다는 의협이나 전공의들의 반대에 의해 역설적으로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정부의 무계획적인 의사증원안이 현재의 극한 대립을 불러온 사태의 주요 원인임을 국민도 알고 있다.
우리는 의료 개혁의 핵심은 몇 명의 의대 정원을 늘릴 것인가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윤만을 좇는 의료체계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적인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의사들의 공공적인 양성, 지역의사제와 공공의사제의 도입등 정부의 적극적인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사인력 정책을 결정한 권한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따라서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게 우리 사회 의료체계의 개편을 위한 새로운 논의기구 마련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현 ‘의료개혁특위’는 해체하여야 하며 시민사회, 건강보험 가입자들을 대표하는 단위 들을 주요한 주체로 포괄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진정한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윤석열정부는 현재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대립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보다 진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 정부가 시간만 끌고자 한다면 환자의 고통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신이 문제의 촉발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현재의 암환자를 비롯한 중환자 진료의 지연이나 응급환자 진료지연 등을 해결하기 위한 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시급히 필요하다.
시민의 생명부터 살려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는, 정부가 존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2024.6.17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