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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영선생님 라오스 통신2

작성자 : 백재중 2010.11.26

지난번 고은영선생님의 라오스통신1(게시판 3990번) 에 이어 2편을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나라 60-70년대를 보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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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수도를 떠나 시엥쾅 도에 와 있습니다. 한 달 전 있었던 재단/WHO 사업지 10개 군 오리엔테이션 워크숍에 이어 61개 보건소에서 오리엔테이션 회의가 시작되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는 팍사이 군 랏센 보건소입니다.

보건소 건물은 매우 작습니다. 가운데 작은 약국 창구가 있고 양쪽으로 방이 하나씩 있는 대칭적인 건물인데 한 눈에 봐도 낡고 왜소합니다. 방 하나는 외래 환자 진료실이고 다른 하나는 침대 두 개가 있어 링겔도 놓고 분만도 하는 방인데 침대 시트가 깨끗하지 않고 여러 물건이 어지러이 놓여 있어 환자들이 와도 누워있고 싶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분만실과 분만대가 없는데 분만 건수가 30여 건이 되어 놀라왔습니다. 이 방에서 분만 보조를 했다고 하는군요.

보건소 직원이 모두 4명인데 한 명은 공부하러 가고 3명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외래 진료실에 큰 스크린의 컴퓨터가 있고 보건소 현황을 발표할 때 젊은 보건소 직원이 파워포인트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ADB(Asean Development Bank)에서 지원하는 e-보건소 프로젝트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컴퓨터가 있는 보건소는 매우 드물고 더구나 이것을 다룰 줄 아는 직원은 더더욱 드물기 때문에 이 직원은 눈여겨 보고 이름도 기억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보건소 미팅은 재단/WHO에서 각 군 보건 당국에 공급한 노트북과 프로젝터를 사용하는데 회의에 훨씬 격식이 생겨 다들 좋아합니다.

이 보건소는 7개의 마을을 관리하고 있는데 한 마을에서는 누군가가 사망해서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요즘 추수철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참석률이 높은 편이죠. 저희가 보건소 회의를 할 때는 각 마을별로 마을 이장님과 라오 여성 연맹 회원 한 명, 마을 보건 요원 한 명 해서 세 명씩 부른답니다. 초대 손님이라고 연석에 앉아 제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참가자들을 쭉 둘러 보는 것입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느 회의를 가나 마찬가지인 남자, 여자 따로 앉기입니다. 그룹 토론을 위해 섞기 전에는 남성, 여성이 같이 앉아 있는 적은 거의 없습니다. 마을 이장은 모두 남성이고 라오 여성 연맹 회원은 모두 여성, 그리고 마을 보건 요원은 어느 지역은 여성이 많고 어느 지역은 남성이 많아 일정치가 않습니다.

마침 이 보건소 관할 구역에는 마을 보건 요원 11명 중에서 9명이 여성이라고 하는군요. 마을 여인들이 수월하게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 모자 보건 요원들은 산모들이나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남성 보건 요원들보다 선호되지만 문제는 마을에서 교육 받고 글을 읽을 줄 아는 여성을 찾기가 힘들다는 데에 있습니다. 마을 보건 요원들은 교육, 간단한 진찰, 피치 못할 자택 분만시 분만 보조 등의 업무뿐만 아니라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답니다. 그래서 마을마다 남성, 여성 한 명씩의 보건 요원을 두고 서로 상호 보조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 중에 있습니다.

오전 회의가 끝나고 이 지역 마을 우두머리 이장님과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마을 여성들의 삶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봤습니다
“이장님, 보통 사람들이 몇 살에 결혼을 하나요?”
“라오룸 족(라오스는 공식적으로 49개의 민족이 있으며 이 중 라오룸 족은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다수 민족임. 정치, 경제적으로 나라를 주도하고 있으며 태국어와 거의 유사한 언어를 씀.)은 남자는 25살, 여자는 18살이면 시집 장가를 다 가지. 그렇지만 몽족(몽족은 라오스 전체 인구의 6-10% 정도를 차지하며 주로 높은 산 속에서 계단식 논농사나 목축을 하면서 삶.)은 남자는 18살, 여자는 14-15살에 결혼을 해. 몽족이 빨리 하지.”

이장님의 이 설명은 2005년에 실시한 라오스 인구 통계 자료하고도 얼추 통합니다. 이 통계에 의하면 15%의 여성이 15세에 이미 첫 아이를 분만한 경험이 있고 18세가 되면 40%의 여성이 분만 경험이 있게 됩니다. 혼인과 분만 연령이 무척 빠른 편이죠. 그러나 18세 이전의 임신은 고위험 임신 범주에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모자 보건 교육 중의 한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결혼은 주로 연애 결혼을 하나요, 아니면 중매 결혼을 하나요? 가족끼리 정하고 하는 경우도 있나요?”
“예전에는 가족끼리 주선한 결혼이나 중매 결혼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달라. 연애 결혼을 많이 해.”
“결혼을 하고 나면 부부는 아니면 어느 정도 가족 계획을 세우고 피임을 하나요? 아니면 피임을 하지 않고 생기는 대로 아이를 낳나요?”
“그거야 부부에 따라 다르지. 피임 교육을 받고 어떻게 하는지 아는 교육받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생기는 대로 낳는 편이야.”

가족 계획은 모성 사망률을 30% 정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센서스 통계에 의하면 라오스의 피임법 사용률은 35%이고 27% 정도의 커플이 피임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전에 어느 보건소를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주로 어떤 피임법을 사용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한 번 맞으면 3개월 지속 효과가 있기 때문에 주사 피임약을 선호하고 그 다음이 먹는 피임약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콘돔 사용률은 낮았습니다.

어느 보건소나 병원을 가도 콘돔 사용법을 설명하기 위한 나무로 만든 남성 성기 모양의 도구가 있습니다. 콘돔 교육과 관련해서는 웃겨도 웃지 못할 농담들이 있답니다. 바나나를 사용해서 콘돔을 어떻게 씌우는지 가르쳤는데 임신이 되어 왜 그런가 하고 캐물었더니 진짜 바나나에 콘돔을 씌워 침대 옆에 두고 잔 사람, 콘돔을 실제로 사용하기는 했는데 웬지 숨이 찬 것 같아 끝에 숨구멍을 뚫어 사용했다는 얘기 등등...믿거나 말거나의 농담들이지만 실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한 농담인 것 같아 웃다가도 심각해집니다.
    
“라오스 여성들의 산전 진찰, 분만, 산후 진찰률이 매우 낮은데 가장 중요한 요인들이 뭐가 있을까요?”
“일단 사람들이 왜 산전 진찰, 시설 분만, 산후 진찰이 중요한지 몰라. 그리고 보건소로 오기까지 거리도 너무 멀고. 약이라도 쓰게 되면 돈이 드는데 돈이 없는 가족들도 많고, 그래서 그냥 분만일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집에서 낳는 것이지.”

이장님의 대답에는 최소 개발국이라면 어디서나 보게 되는 현실이 들어 있습니다. 라오스 여성들의 85%가 집에서 가족이나 친척들의 도움을 받으며 분만을 합니다. 도시는 그래도 시설 분만율이 51%로 개발 도상국의 평균 수치를 따라가지만 지방은 시설 분만율이 매우 낮고 특히 도로가 없는 지역은 자택 분만율이 97%나 된답니다.

라오스의 모성 사망률은 십만 생존 분만 건수당 405명으로 동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90% 이상의 사망이 집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병원이나 보건소 등의 시설 통계에 잡히는 모성 사망률은 일부에 불과한 것이죠. 정확한 모성 사망 수치와 사망 전의 응급 상황 및 환경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에 현재 저희 팀은 라오스 보건부와 사망 발생시 전화로 신고하는 모성 사망 핫라인 설치와 도 혹은 군 보건 당국에서 사람을 직접 파견해서 상황을 취재하는 사망 감사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최소 개발국에서는 모성 사망 통계가 부정확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숙련 조산사에 의한 분만율이 대리 지표로 많이 이용됩니다. 숙련된 조산사란 병원, 보건소 직원들, 지역 사회 조산사처럼 생의학 교육을 받은 의료인들을 말하죠. 그렇지만 라오스에서는 마을 전통 산파들이나 주술사, 승려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마을 전통 산파들은 전문적인 생의학 교육을 받지 않고 전래되는 방법으로 분만 보조를 하는 사람들인데 산전 진찰, 산후 진찰, 분만 보조 등의 역할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탄생 의식에 초대받아 4천원에서 5천원 정도의 돈을 받는다고 합니다. 애니미즘의 종교를 가지고 있는 몽족은 주술사, 불교가 주종교인 라오룸족은 승려에게서 주로 조언이나 심리적, 정신적인 치료를 받게 되지요.

언젠가 마을 진료원들에게 신생아 진찰에 대해 가르치는 자리에서 몽족 마을 산파 한 명이 참가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글을 읽을 줄 몰라 많은 부분을 말로 설명해 줘야 했죠. 그런데 저희가 질문을 하는 족족 반대의 대답을 해 사람들의 웃음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동 사망률이 높은데 어떻게 해야 하죠?’하고 물으면 ‘애를 더 계속 많이 낳아야지.’라고 대답한다던가 ‘아가를 낳고 나서 처음에는 모유가 잘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하고 물으면 ‘일단 애기에게 물을 먹여야지’라고 대답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전통 산파들을 활용하는 법을 찾다가 이분들의 믿음 체계를 교육으로도 바꾸기가 쉽지 않아 WHO는 전세계적으로 숙련된 조산사를 양성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합니다. 저희 사업도 최우선은 마을 사람들이 보건소에서 분만하도록 보건소 기자재를 제공하고 직원들에게 임상 기술 훈련을 시켜 보건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분만비 및 교통비를 위한 바우처 등을 제공해 경제적, 지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일단은 대부분의 분만이 집에서 일어나므로 마을 진료원들을 교육시켜 피치 못할 경우 위생적인 분만 도구를 주고 분만을 보조하게 할 것입니다.  

“산후 진찰은 분만하고 적어도 일주일 내에는 받아야 하는데 여자들은 분만 후 운신이 쉬운가요?”
“우리네 관습은 첫 아이를 낳고 나면 한 달간 방에서만 지내게 하는 거야. 침대 밑에 뜨거운 화덕을

놓고 몸을 덥히지. 둘째부터는 보름간 방에서 머물러야 하고.”
“그러면 산후 진찰을 받으로 애기를 데리고 보건소에 가는 것은 못 하겠네요. 보건소 직원이 집으로 방문해서 산모랑 아기를 보는 것은 허락하나요?”
“그건 가능하지.”
“분만 후에 여자들은 잘 먹어야 하는데 어떤 음식을 먹나요? 고기나 계란 같은 영양가 많은 음식들을 주나요?”
“라오룸 족은 쌀밥과 말린 고기를 줘. 마른 음식을 먹는 것이 관습이야. 물 대신 젖이 잘 나오게한다는 차를 마시지. 그런데 몽족은 물에 끓인 쌀만을 먹이는 것이 관습이야. 고기를 주는 것은 금기처럼 되어 있지.”
“아기에게는 분만 후에 바로 초유를 먹이기는 하나요? 초유 색깔이 이상하다고 안 주는 나라도 있던데...”
“그럼, 초유는 아이 낳고 30분 이내로 대개는 다 먹여.”
“정부에서 전국적으로 첫 6개월간은 단독 모유 수유만을 하라고 지침을 내렸는데 어떤가요? 다른 음식을 주지는 않나요?”
“신생아들에게는 모유와 함께 쌀 끓인 물을 주기도 하지. 엄마가 밭으로 일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할머니들이 봐 주면서 설탕물을 먹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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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역시 재단/WHO에서 지원하는 마을 방문 진료 훈련 현장에 참관하러 쿤 군 나통 보건소를 찾았습니다. 중앙 보건 당국에서 온 닥터 파놈과 닥터 비엥칸이 보건소 직원들과 함께 마을 방문 진료시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떻게 마을 사람들에게 건강 교육을 시킬지 이틀간 공부를 한 뒤 마지막 사흘째는 직접 마을에서 실전 훈련을 하는 자리였죠.

전날 마을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30여개 되는 가구 중에서 한 예닐곱 가족들이 왔습니다. 이분들은 대부분이 몽족들로 한눈에도 몹시 빈곤해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맨발에 얇고 불결한 옷을 걸치고 있었고 기침을 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이들을 한 군데로 모아 놓고 보건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교육은 보건소 직원들이 이제까지 정부와 WHO, Unicef, UNFPA등이 개발한 각종 포스터와 보건 캘린더의 사진 등을 보여주며 시작되었는데 내용은 백신의 중요성, 가족 계획, 임신, 분만에 대한 것이었죠.

몽족은 일부 다처제의 관습을 가지고 있는데 가족 계획율이 낮아 한 가구당 10명 이상의 아이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몽족 보건소 직원에 따르면 몽족은 한 여성당 적어도 10명의 아이를 낳고 싶어하며 이것은 이생에 빨리 아이를 낳아야 내세에 아이를 키우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여기 참관한 한 몽족 여성은 8명의 아이들이 있다고 하는군요. 아이들은 엄마 옆에서 참새처럼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라오룸족 출신의 보건소 직원이 설명할 때에는 무관심하게 주위만 둘러 보던 이 여인은 몽족 출신의 활달한 보건소 직원이 설명하자 눈을 빛내면서 열심히 듣고 있군요. 직원이 가족 계획을 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여인은 ‘남편과 상의해 보겠다’고 합니다. 몽족은 가부장적인 사회이며 특히 마을마다 몇 집 단위로 싱 사오라고 하는 조직이 있어 이 조직의 장이 거의 모든 중요한 일들의 결정을 내린다고 합니다. 싱 사오 장이 주사를 맞지 말라고 하면 백신을 맞으러 보건소에 못 오는 것이고 가족 계획을 하지 말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지요.

시엥쾅 도 보건 당국 부장은 닥터 비냔으로 몽족 출신입니다. 일전에 닥터 비냔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한 번은 닥터 비냔이 백신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자 한 싱 사오 장이 이랬다고 하는군요. “여기 책상 위에 균을 한 마리 놓고 선생님이 설명하는 그 주사약인지를 놔서 균이 죽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면 보건소로 주사 맞으러 가겠소.”그래서 닥터 비냔이 균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고 하니까 그 분이 이랬다고 하네요. “세상에 개미보다 작은 것은 없는데 무슨 말이요?” 이 싱 사오 조직에 속한 여성들과 아이들은 싱 사오 장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백신을 맞지 못 하겠죠.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재단/WHO는 몽족의 특수한 조직인 이 싱 사오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닥터 비냔의 말을 받아 몽족들이 많은 군에서 싱 사오 회의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학생 때 농촌으로 농촌 활동/진료 활동을 하러 찾아가 보신 분들이나 보건 지소에서 일해 보신 분들은 그 때의 농촌 풍경과 마을 분위기, 이장님과 마을분들과의 대화를 생각하시면 제가 일하고 있는 현장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사실 라오스의 시골을 차로 달리다 보면 푸르른 산과 논, 길을 가로 막는 소떼들, 닭, 오리들, 생김새도 비슷한 사람들을 보고 어쩌면 우리 나라 시골과 이렇게 비슷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글에서 이름만 한국의 모모 군 모모 보건소로 바꾸면 사, 오십 년 전의 우리 나라 상황과 비슷할 것입니다. 저는 그 당시 사정을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대대로 모자 보건 사업을 쭉 해 오신 선배님들의 말씀을 들어 보면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라오스 사정과 크게 다르
않았다고 하는군요. 과연 라오스도 빠른 시일 내로 열악한 보건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다시 보건소 회의 현장입니다. 지금 마을 진료원들과 보건소 직원들은 열심히 마을에서 모자 보건 기초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 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논일과 밭일로 검게 그을린 얼굴들이 데이터 수집 서류를 보면서 집중하고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수도에서 도로, 군으로, 보건소로, 그리고 마을로 깊숙히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컴퓨터나 서류일보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성보다는 차라리 웃음과 유머, 맥주나 소주 한 잔이 더 서로 마음을 트는데 도움이 됩니다. 감시나 재촉보다는 끈기와 부드러운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고요. 저처럼 최소 개발국에서 사업을 하신 대선배님 한 분이 그러셨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어서 같이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뜨거운 마음으로 저는 눈 앞의 푸르른 산들을 바라 봅니다. 오늘도 초연해 보이는 저 산중 어디에선가 산모와 아이들이 치료도 못 받고 고통받고 죽어가는 현장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음이 조급해지면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합니다. 오늘 이 분들의 마음과 생각은 내년 오늘이 되면 달라져 있을 거라고, 지금보다 조금 더 뜨거워져 있을 거라고. 공부를 하며 긴장하고 있는 이 분들의 그을린 얼굴과 눈빛에 희망을 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