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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인의협][전진한]K의료는 없다... 공공의료 복원 시작할 때

작성자 : 관리자 2020.06.04

[코로나 뉴노멀] 

1부 2장 큰 국가의 귀환 

 

인천광역시의료원 음압병동 간호사가 병실 문을 열고 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표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짧은 시간에 인간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인류의 생활양식은 예전과 똑같은 궤도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개막이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물리적 접촉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덕목이 아니게 됐다. ‘접촉 축소’라는 시대적 요구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이동을 줄게 해 의도치 않은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안겨줬다. 화석 연료로 지탱하는 지금의 에너지 구조는 더 이상 ‘이대로’를 외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작은 정부론’에 시달리던 국가는 영역을 확장해나갈 태세다. 코로나19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낸 미국과 중국, 두 국가는 국제적인 지도력을 잃었다. 지(G)2 시대가 저물고 지(G)0 시대가 열렸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코로나 뉴노멀’이 정의와 평등의 얼굴을 갖게 하기 위해 세계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_편집자주

 

누가 ‘사회는 없다’고 했던가? 코로나19가 휩쓴 지 넉 달 만에 작은 정부, 시장경제, 자율과 개인 책임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처럼 돼버렸다. 사회 공공성과 연대를 복원하지 않으면 모두가 살아남지 못하는 사회, ‘뉴노멀’은 이미 시작됐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도 효율을 추구하는 적시 생산방식(JIT·Just in time)에 따라 최소한의 병상과 인력만 유지했던 것이 문제였다. 한국에서 유럽을 보고 ‘공공의료의 실패’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지에서는 오히려 부실해진 공공의료 시스템을 위기의 원인으로 본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서 지난 8년간 무려 63번에 걸쳐 회원국에 보건의료 예산 축소와 민영화·아웃소싱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수조원 규모의 의료 예산을 긴축하고 공공의료 붕괴를 일으킨 것이 비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병상 늘리는 영국, 상병수당 확대하는 이탈리아

 

이에 공공의료 복원이 과제로 부상했다. 영국은 2023년까지 매년 무려 399억파운드(약 60조4500억원)를 쏟아부어 병상을 늘리고 수천 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충원하기로 했다. 독일은 중환자실 2만8천 병상을 4만 개까지 늘렸다. 스페인은 아예 개인 병원을 비롯해 모든 민간 병원을 일시 국유화했다.

 

무상의료도 강화됐다. 안 그래도 아파서 일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소득 보전까지 해주는 유럽이었는데, 이탈리아와 스웨덴 등은 유급휴가와 상병수당을 확대했다. 또 포르투갈은 외국인에게까지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약자를 지킴으로써 모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반면 신자유주의 심장국인 미국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확진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으면 최대 9천만원의 진료비가 청구되는 나라다. 이에 미국인 10명 중 1명이 치료뿐 아니라 검사도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런 탓에 10만 명 넘는 전세계 최대 사망자가 나온 미국의 미래는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의료제도 복원이 이번 대선 최대 이슈가 됐다.

 

그런데 한국만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미국도 유럽도 아닌 ‘K의료’ 방식이 성공을 낳았다고 축배를 든다. ‘K방역’은 몰라도. 정말 ‘K의료’가 성공인가? 정말 ‘단순 수치로만 따져도 한국의 ‘연령 표준화 치명률’은 2.8%로 일본(1.6%), 포르투갈(2.2%), 독일(2.5%)보다 높다. 환자가 적게 발생했지만 의료 자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높은 치명률을 보인 것은 오히려 실패로 보는 것이 맞다. 한국은 공공의료 복원이 그 어느 곳보다 시급하다.

 

죽음의 사투를 벌였던 환자들과 의료진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대구에서 3월 초 확진자 2300명이 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했고, 3월 중순까지 75명이 사망했을 때 17명(23%)이 입원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일부 민간 병원을 제외하고는 병상을 내주지 않아 5%의 공공병원에서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환자의 77%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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