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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의협][우석균]총선 이후 보건의료운동이 가야 할 길

작성자 : 관리자 2020.05.19

[인터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공동대표

 

4.15 총선이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인 시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민주당과 미통당으로 양극화된 상태에서 국민들은 탄핵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인 정치개혁에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총선에서의 압승 이후인 지난달 29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제1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를 통해 '10대 산업분야 규제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료민영화 정책의 추진을 공식화 하는 등 기대와는 다른 행보도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우석균 공동대표로부터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4.15 총선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후 문재인 정부가 취할 행보 및 한국 보건의료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우석균 공동대표에 대한 인터뷰는 본지 김형성 논설위원이 맡아 진행했다. 

 - 편집자 주

 

 

 

 

인의협 우석균 공동대표(왼쪽)와 본지 김형성 논설위원의 인터뷰는 우석균 공동대표의 병원인 성수의원에서 진행됐다.

 


김형성(이하 김): 총선이 끝난지도 꽤 시간이 흘렀지만 민주당과 미통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내에서의 평가만 있을 뿐 진보진영 자체 내에서의 평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먼저 이번 총선의 의의와 결과에 대한 평가부터 해주셨으면 한다.

우석균(이하 우):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미통당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 특징이다. 비례대표제를 연동형으로 바꾸긴 했는데 양당의 비례위성정당 때문에 기대보다 진보정당 의석이 적게 나왔다. 예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와 사실상 똑같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얻어낸 표는, 민주노총이 지지정당으로 등록했던 정의당과 민중당, 노동당만 해도 총 302만 표(10.8%)였다. 진보정당이 선거에서 처음으로 3백만 표를 넘은 것으로 약진이라고까지 하기는 뭐하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녹색당과 미래당까지 합치면 315만 표(11.3%)이다.

김: 300만 표가 넘었다고 하지만 투표율이 높아서 그런 것 아닌가?

우: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미통당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그 속에서도 진보정당이 나름 선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처음으로 3백만 표를 넘었고, 특히나 젊은 층에서 진보정당 표가 높게 나온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김: 지난해 조국사태 당시 민주당의 위기도 있었고 심지어는 진보진영 내부에서 분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가?

우: 이번 선거는 한 마디로 코로나 선거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언제 정책선거가 있었던 적이 있느냐고 한다면 실제로 없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이번 선거는 특히나 코로나 선거였다. 아마도 3월초나 2월말 쯤 총선이 치뤄졌다면 미통당이 거꾸로 과반수를 차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한국사회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거기에 조국사태까지 불거졌다면 민주당이 이렇게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고 또한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 방역 대응을 너무 못하고 있는 점이 부각되면서, 사실 우리나라가 코로나 방역을 아주 잘 했다고 볼 수는 없는데, 처음 대구에서 코로나 환자가 5천 명쯤 발생했을 때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사망한 환자들이 23%나 되지 않았나?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모란 교수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가 50점이라면 다른나라가 30점이었다는 게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된 거다. 질본의 정은경 본부장이 최대 스타가 됐고, 이른 바 ‘대국뽕’의 시대가 오면서 K-방역이란 말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 넘게 올라가고, 또 그러면서 민주당이 압승하게 된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의료붕괴가 나타난 시점에 총선이 치뤄졌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김: 결과적으로 지역구도가 보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 민주당과 미통당 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크게 일어나면서 접전 지역이 굉장히 많았고, 그 접전 지역 중 영남지역 외에는 대분분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180석에 달하게 됐다. 영남지역에서는 전체가 코로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으면서 대구에서 김부겸 의원의 탈락 등 민주당이 상당수의 의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이 코로나 영향을 크게 받았던 선거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양극화 현상이 크게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득표율에서 민주당이 부산경남에서 상당히 선전한 것을 보면 지역구도의 부활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다음 선거까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김: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력화된 것은 거대양당의 비례위성정당 때문인 것 같은데 지금처럼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상태에서 이후 선거제 개혁을 할 것이라고 보는가?

우: 미통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면서 사실상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예견됐다고 봐야 한다. 미통당이 4+1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그 논리대로 하면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 합당하기도 하다. 그것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를 다시 설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어떻게든 의석을 더 많이 얻는 방식으로 제도가 왜곡되고 말았다. 비례위성정당을 두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두었어야 했는데 사실상 제도적으로 방치한 것은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한 것은 두 가지였다. 미통당과의 대결로 압축해 거대 양당제도를 온존시키는 것하고 지역구에서의 단일화 거부를 통한 소수정당, 특히 정의당에 대한 완전한 배제였다. 비례위성정당 역시 정의당과 함께하려 했다면 애초에 시민당 같은 형태가 아니라 연합정당의 형태여야 했다. 물론 정의당이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시민당은 그냥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고, 들어올려면 들어오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었다. 전혀 진보정당에 여지를 두지 않았고 오히려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방해하는 정책을 편 것이다.

"민주당과의 연대에 집착한 진보정당의 선거전략은 잘못"

"젊은 세대들 조국 장관 비판않는 것 용납 못 해"

김: 정의당이나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의 총선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조국 지지에 대한 논란 등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두고도 말들이 많았는데…

우: 정의당의 공식 평가라기보다는 내부적으로 논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급진적인 쪽에서는 보다 선명한 입장이었어야 한다는 반면, 선거는 의석 싸움인데 연대를 좀 더 했어야 한다는 평가도 있는 것 같다. 근데 정의당이 연대를 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들어줬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는 조국 장관이 미통당이나 기득권자들에 비해 잘못이 적다면서 겨묻은 개와 똥 묻은 개의 차이를 구분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렇지 않다. 우리처럼 미통당은 절대 반대가 아니라 미통당이 집권을 하나, 민주당이 집권 하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삶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던 세대가 지금 40대 후반이다. 그 이후 태어난 지금의 20∼30대 젊은 세대에게 5.18과 6월 항쟁은 역사책에나 나오는 것이 되었다. 87년 6월 항쟁을 겪은 40대 이상의 세대가 갖고 있는 군부독재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의 머릿속에는 아예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박근혜는 그저 인생 최악의 대통령인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에 그 이상은 없다. 그래서 더 과감하다.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어야 한다. 그들에게 조국 장관은 똑같은 기득권 세력일 뿐이다. 조국 장관의 잘못이 큰 잘못이든, 작은 잘못이든 그들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우리 세대야 ‘조국이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중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아빠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나 된다고 보는가? 상위 2∼3% 정도? 젊은 세대들은 조국을 비판하지 않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못 한다.

심상정 대표도 조국사태에 대한 사실상의 지지, 이른 바 정의당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은 것을 나중에 잘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다르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나중에 지지율이 올라가게 된 것이다.

김: 전반적으로 이번 총선에서도 페미니즘 정당이나 진보정당에서 준비해온 그린뉴딜이나 미투운동 등의 정치적 쟁점들이 묻혀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코로나 사태 때문에 모든 선거 쟁점이 사라져버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진보정당들의 대응도 미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우: 이번에 여성의당이 0.75%, 녹색당이 0.21% 득표했다. 녹색당의 경우 지난 총선 때 0.76%를 얻었는데 이번에 0.5% 줄어들었다. 0.5%라고 하지만 득표수로 보면 굉장히 많은 표다. 원인은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시민당 참여논란 때문으로 보인다.

전 당원 총투표에서는 2/3가 찬성했는데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이 떨어진 것을 보면 당원들과 녹색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달랐다는 거다. 그린뉴딜을 더 선명하게 내세울 수 있는 기후위기라는 조건이 있었음에도 그런 결과를 얻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정의당이 진보정당연합의 형태로 비례정당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정의당과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미래당, 기본소득당까지 다 함께 진보정당연합으로 함께 했다면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반성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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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건치신문(http://www.gunch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