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인의협이 대구 달서구의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시작한 건 지난 2일이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진료소다. 환자들이 차에 탄 채로 창문을 통해 문진과 검체 채취를 한다. 진료가 시작되는 건 매일 아침 9시지만 검사를 받으려는 차량은 30분 전부터 이미 긴 줄을 이룬다.
우리 선별진료소는 대경인의협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대경인의협은 지난달 보건복지부에 요청해 달서구에 선별진료소 부스 4개를 설치했다. 이곳을 의사 20명, 간호사 12명, 파견 군인 21명이 교대로 지킨다. 나를 포함해 병원 근무 중 자투리 시간이나 주말을 할애해 진료를 보는 의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의정부나 부산 등지에서 휴가를 내거나 개인병원 문을 닫고 한걸음에 달려온 분들도 있다. 주말에 선별진료소에 와서 힘을 보태겠다는 인의협 회원은 너무 많아 순서를 정해야 할 정도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원하는 회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른 선별진료소와는 달리 대경인의협이 운영하는 선별진료소는 노숙인, 쪽방 거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약자들의 선별검사를 무료로, 빠르게 지원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장애인 인권단체와 함께 장애가 있는 분들 11명이 모두 안전히 검사를 받으시도록 아침부터 오후까지 지원했다.
우리 진료소에선 하루 평균 300~400명의 검사를 진행한다. 분주함과 긴장감에 눌린 채 힘겨운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칠 법도 하지만, 우린 쉽게 지치지 않았다. 시민들의 격려, 서로를 지키려는 마음은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장병들이 더욱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 한 인의협 의사는 점심으로 삼계탕을 샀다. 소식을 들은 한 장병의 부모님이 다음날 갈비탕을 보내왔다. 다음날엔 자원봉사를 나온 간호사 한 분이 음식을 대접했고, 그다음엔 인의협에서 찜갈비를 준비했다. 지친 몸을 위로하는 온정이 담긴 식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