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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의협][우석균] 바이러스는 평등한데, 인간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작성자 : 관리자 2020.03.11

청도대남병원

 

코로나 19로 인한 첫 번째 사망자는 청도대남병원에 입원한 63세의 환자였다. 이 환자에 대해 정부가 발표한 것은 담배를 많이 피워 폐기종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이 환자가 어렸을 때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 폐렴에 걸려 사망에 이를 때 까지 한 번도 의료진의 진찰과 치료가 없었다는 사실, 그리고 20년 동안 폐쇄 병동에 입원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몰랐다.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그런데 이 청도대남병원의 5층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101명의 입원환자 중 101명의 환자가 나왔다. 모두 다 감염병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 청도대남병원의 바로 아래층의 요양병원과 그 아래층의 일반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서는 단 한 명의 감염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5층 폐쇄 병동의 전원감염과 다른 층의 감염 제로(0명)는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도대체 얼마나 밀집된 조건에서 생활을 했길래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구치소나 감옥에서 제공하는 흔한 운동시간조차 없었다는 걸까? 다 알려진 사실대로 청도대남병원은 환자를 더 많이 수용하기 위해 침대를 치우고 온돌방 '병실'에 6~8명의 환자를 밀집수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신과 환자는 환자 1인당 정액 입원료를 정부로부터 받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한다. 이때의 거리두기는 서로 팔을 뻗어 맞닿지 않는 거리다. 정부는 1미터를 이야기하고 외국에서는 2미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제로 가능한지를 생각해보자. 당장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려면 1~2 미터는커녕 밀접 접촉을 해야만 한다. 대중교통만 그러한가? 직장에서 서로 2미터 거리를 두는 직장이 얼마나 되는가?

당장 이번에 문제가 된 콜센터를 생각해보자. 경력이 없는 젊은 청년들이 가장 많이 취직하는 직장. 가장 위험한 곳으로 이미 지목되어 왔던 곳이다. 90명(11일 0시 기준)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구로구 신도림동의 콜센터도 에이스 손해보험사의 외주회사였다. 한 층에 207명이 근무했다는 이 직장에서 이 여성 노동자들에게 2미터 아니 1미터의 거리란 월급과 한 가족의 생계와 맞바꿀 수밖에 없는 거리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한 달만이라도 아니 2주 만이라도 직장에서 잘리지 않을 수 있는 유급휴가를 주고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라. 당장 아이들이 지금부터 휴원을 하고 3월 달부터는 학교도 휴교를 한다는데 그 아이들은 누가 돌볼 것이며 아빠 엄마 중 누가 쉴 것인가. 유급휴가조차 주어지지 않는 이 나라에서 유급돌봄휴가는 고려 대상도 아니다.

코로나가 정작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있다.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과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사람들이다. 신천지 집단감염이 지나간 후로 계속 번져나가는 사람들이 이곳이다. 여기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가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려면 돈이 든다. 그리고 대구에는 요양원 수백 곳이 이른바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당했다. 1인당 월 수 백만 원 씩하는 실버타운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고 이들이 코호트 격리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없다. 사회복지시설 거주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넓은 공간이지 사회로부터의 격리가 아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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