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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의협][노태맹] 대구는 더 이상 우울하지 않을 것이다

작성자 : 관리자 2020.03.11

코로나19가 몰고 온 우울과 불안과 공포를 보았다. 그럼에도 대구는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 3월1일 대구의 기록.

 

ⓒ연합뉴스코로나19 사태는 예상 가능한 일 중 하나였지만 사회는 그 예상 가능한 일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위는 3월1일 대구 중구 계산오거리 모습.

 

시처럼 그것은 긴 겨울의 마지막 통로를 비집고 들어왔다. 우울은 “공중 한가운데서 타다 만 휴지처럼 떨어지는 한 무더기 죽은 새들”과 같다(기형도 ‘우리는 그 긴 겨울의 통로를 비집고 들어갔다’).

3월1일, 평범한 일요일.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250만 인구의 이 대구에서의 하루를 기록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태의 전말과 그 전체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태의 한 순간이 붙들고 있는 우울과 불안과 막연한 공포를 기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구에서의 우리는 지금 우리의 부모 세대와 그 윗세대들도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우울과 불안과 막연한 공포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과연 실재하는 것일까? 작동하는 허구는 아닌가?

집에서도 마스크를 하고 있다. 가족을 보호하거나 나를 보호하려는 것보다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내가 일하는 병원에 입원한 노인들에게 피해를 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집 밖 외출을 하지 못하는 대학생인 두 아들은 새벽까지 노트북에 머리를 박고 있다가 잠이 들었는지 낮 12시가 되어도 일어날 생각이 없다. 아내는 마스크를 어디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지에 대해 수시로 내 여동생과 카카오톡을 주고받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대구·경북의 확진자가 3200명이고 대구에만 2700명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아마 한 주가 더 흘러가면 1만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때마침 아파트 안내방송으로 우리 아파트에도 확진자가 한 명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아내와 나는 불안한 눈길을 나눈다. 아마 집에서 자가격리하고 있을 확진자도 이 방송을 들을 텐데,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는 확진자들을 배제되어야 할 범죄자처럼, ‘좀비’처럼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1000명이 넘는 ‘문제적’ 확진자들은 왜 집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이 가져온 불행

이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공공의료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다. 20년 전부터 내가 참가하고 있는 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여러 보건의료 단체들은 공공의료 확충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동안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2010년에는 적십자사가 운영하는 대구적십자병원이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문을 닫았다.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대구에서 가장 큰 공공병원인 경북대학교 병원은 이제는 마치 민간 병원인 것처럼 굴며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내팽개쳤다. 한국의 공공의료 비율은 10% 정도로 OECD 평균인 74%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것은 준비된 불행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집 밖으로 나선다. 어제 낮부터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일요일 점심시간인데도 차들은 여전히 빼곡한 그대로이다. 사람들이 집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대구에서도 제법 붐비는 곳 중 하나인 집 주변의 술집과 식당은 토요일 저녁이었던 어제도 3분의 1이 문을 닫았다. 문을 연 나머지 식당들에는 손님이 없거나 있어도 한 테이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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