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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의협][신영전] 나쁜 바이러스는 없다

작성자 : 관리자 2020.03.04

 

신영전 l 한양대 의대 교수

 

 

 

 

나쁜 바이러스는 없다.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기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해도 할 수 없다. 며칠 내로 유행이 끝날 것 같지도 않으니, 마스크 하고라도 잠시 따져보자. 무엇보다 지금 감염병 대유행은 그 ‘빠름’의 욕망이 만들어낸 것이다. ‘빠른’ 생태파괴, 대량의 ‘빠른’ 육류생산을 위한 공장식 가축사육, ‘빠른’ 대규모 국경이동 등이 그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든다 해도 겨울은 다시 올 것이고 코로나20, 21은 다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정부는 2월25일자로 코로나19에 대해 지역사회 감염 대응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것은 단지 몇가지 조치만을 바꾼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위 적의 침입을 막음과 동시에 그들과 공생을 도모하는 엄청난 전환이다. 적과 전투를 벌이면서 동시에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티브이를 보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이 혼란스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와 입장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바이러스를 적으로 보고 박멸하려는 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박쥐와 바이러스는 죄가 없다. 인간의 생태계 파괴가 깊은 동굴 속에서 잠자고 있던 바이러스의 벌집을 건드린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바이러스의 집을 파헤치면서 감염병 유행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바이러스를 모두 죽이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바이러스가 살 수 없는 세상에선 인간도 살 수 없다. 그 수, 증식과 변이 속도를 보면 인간은 애초 바이러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또한 우리 몸에는 헤아릴 수 없는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과학 저널리스트 에드 용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몸에서 세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모두 제거하고 나면, 뱀의 허물 같은 것만 남을 것이다.

그러면 어떡할 것인가? 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대응 원칙은 미생물의 박멸이라는 무모한 환상을 버리고 그들과 ‘평화로운 공생’을 모색하는 것이다. 새로울 것 없는 주장이지만 실천이 문제다. 공생을 모색한다고 해서 손 씻기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생관계가 화목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명비평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공생관계의 밑바탕에는 적의가 깔려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공생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 적당한 거리유지(social distancing)가 필요하다. 또한 무자비한 생태파괴와 공장식 사육장과 양식장에 항생제 퍼붓기를 중단해야 하고 감기 환자에게 불필요한 항생제 주사를 그만 놓아야 한다. 세균전 이런 것은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남의 땅에서 허락도 없이 그런 것을 실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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