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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의협][김철주] ‘죽어도 좋으니 일하게 해달라’는 경비원을 위해

작성자 : 관리자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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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지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입구.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 산하 기구로, 노동자의 재해가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한다. 류우종 기자

 

필자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다. 병원에 소속돼 작업장 환경의 위험 요인을 살펴보고 노동자의 건강 상태를 검사하며 결과에 따라 업무의 적합 여부를 판정한다. 아픈 환자들에 비해 노동자 건강 상담은 담담하게 이뤄지지만, 예외도 있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 나에게 90도로 인사하는 고령 노동자들의 경우다. 그들은 생의 마지막 직장에서 혹시나 건강 문제로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상담에 임한다. 신체적으로 일할 나이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것도 억울한 상황에서 그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처지가 더 분통 터진다. 이런 상황은 좀더 극단적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건강이 좋지 않은 고령의 아파트 경비직 노동자에게 “야간근무는 건강을 악화하니 그 일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한 적이 있다. 그분은 “죽어도 좋습니다. 일하게 해주세요”라고 했고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해야 하지만 아파도 임금 보상이 안 되는

안타까운 상황은 진료실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일하다 아파서 산업재해를 신청하면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젊은 노동자에 비해 이런저런 이유로 불승인당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18년 질병 산재 통계를 보면 30~50대의 산재 승인율은 60% 중반대에 이르지만 60대가 되면 57.8%로 떨어진다. 70대는 44.4%로 더 떨어진다. 일하고 싶지 않지만 일해야 하고, 일자리는 충분하지 않고, 일하다 아파도 건강보험에서 상병급여로 임금을 보상해주지도 않고, 유일한 희망인 산재를 신청하면 쉽게 불승인당하면서 노인들의 좌절은 깊어가고 있다.

박씨는 68살인데 유치원에 소속돼 주로 차량 운전을 했다. 유치원의 각종 교구와 교재를 운반했고 유치원 식당의 식자재를 옮기기 위해 무거운 물건을 들기도 했다. 쓰레기 정리와 운반도 박씨 몫이었다. 박씨는 약 4년을 근무한 뒤 어깨 통증을 느꼈다. 병원에서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했지만 산재로는 승인되지 않았다. 불승인된 이유는, 첫째 중량물 작업이 일부 있었지만 상시적이지 않았고, 둘째 업무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며, 셋째 사진 소견상 퇴행성 변화가 보여 노화에 따른 자연적인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씨뿐만 아니라 고령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심의에서 불승인되는 ‘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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