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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겨레 왜냐면] 군복 입은 초등학생

작성자 : 관리자 2004.08.19

[한겨레 왜냐면] 2004.08.18(수)


  
군복 입은 초등학생


아직 인생관이나 세계관이 세워지기 전인 초등학생에게 군대생활을 체험하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학교에서 추진하면 무조건 참석해야만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해병대 캠프 실시는 거의 폭력에 가깝지 않은가?

지난 12일 해군, 해병대 부대가 주위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열한살 된 초등 여학생이 왔다. 턱이 찢어져 치료를 하러 온 것이었다. 군복을 입고 있었다. 같이 온 교사와 환자인 초등학생에게 물어보니 해병대 캠프에 왔다는 것이다. 5, 6학년 모든 학생이 왔고, 참가비를 냈다고 한다. 국공립 초등학교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돼 물어보니 설립자가 목사인 인천의 한 사립 초등학교였다.

우리 사회에서 군사문화가 문제가 되든 안 되든 부모와 학생이 원한다면 해병대 캠프에 참가하고 안 하고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착잡한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사회에 대한 인식을 비롯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인생관이나 세계관이 완전히 세워지기 전인 초등학생에게 군복을 입히고 군대생활을 체험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군대는 아무리 양보해서 말해도 필요악이다. 적군이 없다면 최선이겠지만, 적군이 현실적으로나 잠재적으로나 존재하기에 국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있어야 하는 존재가 군대다. 따라서 군대 체험은 꼭 필요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군대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이른바 특수 권력관계가 적용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학생도 예외 없이 모두 참석한 것 자체가 그야말로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군대식 동원이었다. 캠프를 추진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이 초등학교 교장이 군대문화에 젖어 있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학교에서 추진하면 원하지 않아도 참석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초등학생과 학부모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거의 폭력에 가깝지 않은가? 더구나 이 캠프는 방학 중에 추진된 것이다. 물론 호기심이 왕성하고, 군대나 군인에 대해 호감을 가진 학생들이 군대 문화 체험을 즐거워할 수도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실제적으로는 강제로 경비를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면서 방학 중에 실시하는 것은 군대 캠프가 아니더라도 원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폭력일 것이다.

앞으로 각종 캠프는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실시하고 될 수 있다면 군대 캠프는 사춘기를 넘어선 연령에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초등학생에게 캠프를 허용한 군부대도 초등학생의 군대체험 캠프가 바람직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검토해 주기 바란다.

김승열/응급의학과 의사·강원도 강릉 포남동


[한겨레 왜냐면 부가문]
신기자님(왜냐면 담당자님)께
8월 19일자 왜냐면에 실린 "군복 입은 초등학생"의 글을 쓴 김승열입니다. 오늘 해병대 나재훈 대위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반론 요청이 왔습니다.

1. 제가 말한 해병대 캠프는 해병대에서 실시하는 캠프가 아닌 사설 영리 단체가 실시하는 캠프라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학생과 교사의 말만 듣고 학생과 교사가 해병대 캠프라고 하여 해병대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판단한 부분입니다. 이는 해병대나 군부대에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사설 캠프 단체에서 실시하는 캠프를 해병대에서 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해병대와 군에 대하여 누를 끼친 것은 저의 실수로 깊이 사과드리며 양해 부탁드립니다. 일차적인 책임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저의 책임입니다. 또 한 강릉과 강릉 인근 지역에는 해병대 부대가 없다고 합니다.

2. 현재 해병대는 캠프를 실시하고 있으나, 중등학생 이상만 대상으로 하며, 2만명 이상의 학생이 이미 거쳐갔으나 부상은 아직 1차례도 발생하지 않았고, 희망 학생만 실시한다고 합니다.

3. 사설 캠프가 군대를 사칭하거나 군복을 입히는 등의 문제는 불법의 요소가 있고 전국적으로 사설 군대 체험 캠프가 20여군데 정도 된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내용으로 정정을 해주시거나 해병대의 반론 요청에 저의 이 글을 같이 실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실 확인에 철저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해병대와 한겨레에 누를 끼친 점 다시 사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