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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태훈] '다름'의 의미

작성자 : 관리자 2004.06.19

‘다름’의 의미



이 세상에서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마시는 물분자 또한 서로 다르다. 각도(HPO axis)가 다른가 하면 우주에서 존재하는 위치가 다르다. 우리가 같다고 하는 것은 유사성(類似性)을 말하는 것일 게다.

“요즘 남자들 똑 같애~” 시중에 유행하는 노래가사를 흥얼거리다 보면 요즘 남자들이 모두 ‘애송이’라는 것이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뭇 남성들은 ‘나만 빼놓고...’라는 전제를 하고 즐겁게 듣는다. 나는 (어떤)그녀의 ‘애송이’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그 노래를 즐겁게 들을 수 있는 것은 한 여자가 세상 모든 남자에 대해 똑같다고 말할 수도 있고, 이런 말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마음의 여유에서 일게다. 즉 농담을 농담으로 듣는 것이다.

히틀러가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독일 국가주의의 영웅으로 등장했다. ‘범 게르만 민족’을 주창했다. 독일 국민의 대다수가 열광한다. 히틀러는 외국인에 대해 혐오증이 있다. 특히 유태인에 대해서는 민족 말살정책을 쓴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너와 내가 차이가 나니 인정을 할 수 없다든가, 혹은 그 차이를 우열의 관계로 고정화 시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는 자기 동일화의 원리로 같지 않으면 부정하는 것이다. 즉 우리편 아니면 나머지는 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동일화의 적용은 히틀러의 범게르만, 일본의 대동아 공영 등의 제국주의 파시즘의 근거가 되어왔다.

이러한 자기 동일화의 잘못된 적용은 구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이루어졌다. 공산주의가 절대적 진리이므로 모두 따라와야 한다. 반대하거나 따르지 못하는 사람에겐 죽음과 고통을 주었다. 중국의 문화혁명으로 수천명의 지식인이 자본주의에 가깝다는 이유로 죽는다. 소련의 스탈린 치하에서는 트로츠키 등의 영구혁명론자들을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숙청하고 죽인다. 이는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정보기관의 비대화를 통해 ‘다름’에 대한 억압이 있었던 것이다.

남한 사회에서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을 ‘용공’에 덧씌워 감옥에 가두고 죽인다. 동일성의 이념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동일화’의 이념은 자기를 중심으로 사고한다. 그 정당성은 자기와 타인이 같아야한다는 신념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기준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강요될 때는 ‘폭력성’을 내포하게 된다. 타인은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또는 나를 따라오라고 한다. 그 정당성은 올바르다고 믿는 어떤 ‘이념’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이념’은 타인에게 대개는 폭력으로 다가서게 된다.

‘내가’ 옳기 때문에 타인이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기 때문에 타인을 따라가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과 타인이 동일하다는(또는 동일해야 한다는) 관념 속에서는 성립할 수가 없다. 오히려 타인이 나보다 더 존엄하다는 생각과 실천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이다. 즉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타인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폭력의 시대가 가고 있다. 이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것이 유효하고 먹혀들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낡았다. 힘을 잃고 있다. 나는 어린아이들의 눈에서, 젊은이들에게서 새로운 미래를 보고 싶다.

‘다름’과 사랑으로 깊은 감성과 영성의 시대를 갈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