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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논평] 부실과 수사로만 가득찬 박근혜 후보 의료공약

작성자 : 관리자 2012.12.15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측은 자신의 정책공약집을 선거 9일전에야 공개하였다. 물론 그 전에 몇 가지 핵심공약은 플래카드 등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그 중 의료부문공약으로 거리에 내걸렸던 것은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과 ‘어르신부터 임플란트’였다. 많은 국민들은 이 공약이 무서운 병원비 폭탄을 일부라도 없애줄 거라고 희망을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정책공약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대통령 선거의 정책공약집이라기에는 너무 부실하고 나아가 국민들의 정확한 공약파악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오히려 중요한 사실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이에 우리는 국민들과 의료인들에게 박근혜 후보 의료부문 공약의 정확한 실상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암등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 100% 국가부담’ 공약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박근혜 후보가 밝힌 이른바 4대 질환 중 암, 심장병, 뇌혈관질환은 이미 건강보험 적용진료비의 95%를 국가가 부담한다. 희귀난치성 질환도 이미 90%를 국가가 부담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의미를 갖는 것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비(비급여)의 포함여부이다. 비급여중 55%이상의 부담은 차등병실료, 선택진료비이다. 그리고 간병비를 포함하여 3대 비급여라고 한다. 이번 정책공약집에는 비급여 포함이라고 밝혔으나, 무엇을 포함할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무엇보다 최근 박 후보는 TV토론에서 간병비는 제외임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이미 급여의 95%를 국가가 부담하는 암, 심장병, 뇌혈관질환의 급여 보장성에 일부 비급여 검사와 진단비용 및 약제를 국가가 추가로 부담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3대 비급여에 대한 부담은 포함되지 않거나 매우 불명확한 상태로 남게 된다. 이는 암등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 100%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연 500만 원 이상 고액진료비 부담 환자 중 85%가 암, 심장병, 뇌혈관질환 등 3개 질환 예외 환자다. 물론 특정 질병의 보장성 강화도 공약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조차도 집권 5년 동안 점진적으로 간병비등은 제외하고 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식의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공약은 현실에 비추어 약간의 진전이라고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둘째. ‘저소득층 및 중산층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 경감’은 한층 더 큰 문제가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이 공약에서는 3대 비급여는 물론 건강보험 비적용 항목(비급여)은 아예 제외한 채로, 소득분위를 10분위로 나누어 보다 세분된 본인부담상한선을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도 본인부담상한제는 소득에 따라 100만원~300만원의 상한을 두고 시행되고 있다. 이 본인부담상한제가 저소득층 의료비경감에 의미가 없는 것은 건강보험 비적용 항목인 3대 비급여는 소득을 불문하고 아예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3대 비급여 항목 등 비급여의 건강보험 적용 없이 소득구간만을 세분하여 50만원~500만원으로 나누는 것은 실질적인 의료비 경감효과를 지니지 못한다.

 

셋째. ‘어르신 임플란트 진료비 경감’은 건강보험 우선순위를 무시한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이다. 현재 한국은 올해 말부터 75세 이상 노인의 틀니를 겨우 보험적용 시작하였다. 이조차 65세로 낮추지 못하는 상태다. 이 뿐만 아니라,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급여로 우선 넣어야할 비급여항목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 1백만 원씩 드는 임플란트에 건강보험 적용은 국민건강에서의 우선순위를 무시한 이해하기 힘든 공약이다.

또한 임플란트의 경우 50%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해도 본인부담금이 상당할 것이다. 즉 건강보험이 적용되어도 수백만 원은 지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틀니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었어도 본인부담 때문에 틀니치료를 미루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것을 볼 때 우선 시행해야 할 것은 틀니의 건강보험 적용확대이다. 현재 상태에서 임플란트 건강보험적용은 결국 부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일 뿐이다.

 

넷째.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의 도입은 사회보장의 기본적 원칙을 어긴 공약일 뿐이다. 이 공약은 박근혜 후보가 간병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및 국가 지원을 거부하면서 이를 대신하여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들이 가족의 노인간병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봉사를 나가 점수를 저축하라는 주장일 뿐이다. 이는 간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OECD국가 대부분은 간호인력의 확충을 통해 간병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결국 국가의 간병책임을 가족성원에게 전가하려는 시도이며, ‘낸 만큼 돌려받는다’는 방식으로, 이게 복지라 할 수 있는가?

 

다섯째. 박 후보의 ‘응급의료체계 개선’안은 이해하기 힘든 정책안이다. 지금 응급의료시설이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에 50곳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의 개선안이라면 첫번째로 응급의료시설 확충이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박 후보의 공약집에는 당연히 들어가야 할 이 공약은 없고, 초중고등학교에 심폐소생술 의무화와 OECD 국가수준의 응급의료전용헬기 확충이 들어있을 뿐이다. 초중고생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것은 좋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 응급의료시설이 없으면 이러한 심폐소생술은 의미가 없다. 또한 헬리콥터는 응급의료시설을 도저히 지을 수 없는 곳에서의 보조수단일 뿐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1/5에 응급의료시설이 없는 나라에서 응급의료시설이 없는 지자체에 응급의료시설을 짓는 것 대신에 헬리콥터를 늘리자는 발상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등장하는 것에 우리로서는 황당할 뿐이다.

 

이처럼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그 내용이 국민들에게 대단한 약속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부실한 내용이며,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선심성 공약이 포함되어있고 핵심적 내용이 빠져있는 공약들이다.

더욱이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영리병원 정책과 의료영리화 정책을 같이 추진하고 계승하겠다는 것을 여러 차례 명확히 밝혔다. 의료영리화를 추구하면서 의료보장을 강화하고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것은 모순적이며 사실상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 우리는 판단한다.

우리는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국민들의 의료보장을 강화하고 의료의 상업화로 인한 의료진과 국민들의 상호불신을 막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한다. 또한 내세우는 표어와는 달리 실제로 국민들의 의료보장성 강화나 저소득층의 의료접근권 강화를 담보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박근혜 후보가 영리병원 등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을 중단하기를 권고한다. 또한 보다 실질적인 의료보장성 강화 정책을 내놓기를 권고한다. 이러한 우리의 권고사항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박근혜 후보가 국민건강에 역행하는 의료정책을 주창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끝)

 


2012. 12. 14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