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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의협][전진한][동향2]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라는 민영의료보험의 덫

작성자 : 관리자 2023.07.01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라고 흔히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6월 국회 상임위(정무위)를 통과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법이 실제로는 보험사의 ‘개인정보 약탈법’이자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향하는 길이라고 반대했지만, 최근 14년 만에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 글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널리 알려진 잘못된 허상을 걷어내고 이 법이 왜 위험한지를 살핀다.

급격히 팽창한 민간의료보험의 현실

먼저, 소위 ‘청구 간소화’가 제기된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 민간의료보험은 오늘날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 2017년 한국의료패널에 따르면 국민의 78.7%가 1인당 평균 2.2개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월평균 약 13만 2천원을 내고 있다1). 이는 2017년 1인당 월평균 국민건강보험료 약 4만 5천원2)의 약 3배에 달한다. 이런 막대한 보험료 수입으로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오늘날 건강보험 규모와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의료패널 자료로 추산하면 2017년 민간의료보험 시장규모는 약 53조원 규모인데, 같은 해 건강보험 총재정 약 59조원에 근접한다. 건강보험 재정에는 사업주와 국가 재정 분담이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보험은 오로지 가입자 개개인의 보험료 수입만으로 엄청난 팽창을 이룬 것이다.

그럼 이렇게 엄청난 보험료를 거둬들이는 민간보험은 대체 어느 정도나 가입자 의료비를 경감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다. 정액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2017년 공보험은 58.4%를 보장해줬다. 반면 민간보험은 단 6.2%를 보장해주는 데 그쳤다. 실손보험 가입자도 건강보험으로 의료비 총액의 51.2%를 보장받았는데, 민간보험으로는 단 9.2%만을 보장받았다. 민간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 비해 보험료는 3배를 더 걷어 가는데, 보장은 오히려 5~10배나 적은 것이다. 각자가 내는 보험료와 비교해도 받는 보험금이 너무 적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보험 가입자가 부담한 민간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돌려받은 금액은 단 8.3%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보험사 순이익은 무려 9.2조원으로 전년 대비 11% 높아졌다. 보험사들은 늘 손해율이 100%가 넘는다고 아우성인데 이상한 일이다. 그들이 말하는 손해율이란 ‘위험험손해율’을 말한다. 위험손해율은 보험사가 보험료 중 사업비를 미리 떼고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남겨둔 위험보험료 중 지급된 금액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다. 전체 보험료에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 비중이 얼마인지는 보험사의 영업비밀로 남아있다.

고액 의료비가 필요한 병에 걸리기 전엔 알 수 없지만 실제 암이나 중증질환에 걸려 보험금에 의존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내몰리면 보험사의 차가운 본색을 느끼게 된다. 가입자 몰래 보험약관을 바꾸고, 약관의 모호한 표현을 핑계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며, 환자를 보지도 않은 보험사 ‘자문의’ 소견을 근거로 부지급을 결정하는 건 흔한 수법이다. 최근 2020년 삼성생명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암환자들은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암치료가 채 끝나지도 않은 환자들이 1년 6개월간이나 삼성생명 본사 건물에서 응급실에 실려가며 투쟁을 벌인 끝에야 보험사는 그나마 협상조건 비공개 약속을 전제로 보험금을 지급했다. 언론들은 전신마비 환자가 벌떡 일어났다는 둥 일부 개인의 극단적 ‘보험사기’를 부각하면서 보험사 의도대로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구조적 문제인 중환자에 대한 보험사의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이라는 더 심각한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론화가 극도로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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