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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의협][홍종원]“귀마개 떨어졌어요” 말해준 라이더, 추위를 견뎌본 이의 시선

작성자 : 관리자 2021.01.16

[토요판] 남의 집 드나드는 의사

16. 새해 소망이 있다면 

 


게티이미지뱅크

 

"가만히 있으라는 시국의 명

령 속에도 역설적으로 움직

이는 이들이 우리를 살아가

도록 격려한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 ‘노동하는 이들을 지

키자’이다."

 

 

“귀마개 떨어졌어요.”

 

 

진료 가는 길에 탄 버스에서 내릴 때 뒷모습을 보았던 ‘배민 커넥터’가 마침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가 메고 있는 커다란 가방이 내가 들고 있는 진료 가방과 비슷해 보인다. 매서운 한파에도 누군가에게 따듯한 음식을 전하는 전달노동자가 참 감사하다. 추운 날씨에 따가운 귀를 보호하고자 챙긴 귀마개를 다시 챙겨주니 왠지 움직이는 사람은 뭣이 중한지 아는 듯하다.

 

 

현재 외국에 있는 동료 수사님의 아픈 어머니를 찾아달라는 어느 수사님의 연락을 받고 2020년 마지막 날 늦은 시간까지 움직였다. 2주 전 갑자기 기력이 떨어져 쓰러진 이후 지금까지 기운을 못 차리고 누워 계신 분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119를 불렀지만 절대로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바람에 구급대원들도 두 손 들고 돌아갔다고 한다.

 

 

어머니를 찾아뵙고 이렇게 저렇게 진찰해보았는데 상태가 좋지 않다. 원체 지병이 없고 건강하셔서 지금껏 버티는 듯 보이지만 어딘가 단단히 문제가 생기긴 했다. 잠시 병원에 입원해서 검사하고 치료를 받으면 좋겠는데, 입원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는 내 의견도 듣지 않고 검사까지 거부했다.

 

 

사실 어머니 의견도 합리적인 부분이 있다. 지금 시기에 병원으로 가면 코로나19 유사 환자 취급받으며 고생을 하기에 죽어도 가기 싫다고 하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지나며 식사는 충분히 하시게 되었다. 정신력이 강하신 건지 밥도 잘 먹으니 며칠 지나면 회복할 거라고 강력히 주장하신다.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며 약을 들고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 약은 꼭 드시라고 했더니 다행히 알겠다고 하셨다. 고집부리신 대로 꼭 쾌차하시길 바랄 뿐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979038.html#csidx7e551b0b7461045b528b30d411afbe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