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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의협][최규진]민간병원 중심 의료 바꾸지 못하면 '또 다른 살인' 벌어진다

작성자 : 관리자 2021.01.14

[코로나19와 의료공백 ③] 의료공백과 어느 살인사건

 

  12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고글을 고쳐 쓰고 있다.
▲   12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고글을 고쳐 쓰고 있다.
ⓒ 연합뉴스

 

얼마 전 직장 소식지를 만드는 회의에서 지인이 요즘 예전에 읽었던 소설이 생각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중세 유럽의 페스트 유행 상황에서 평소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던 사람들을 죽이고 마치 감염병 때문에 사망한 것처럼 위장한 살인사건 이야기였다.


회의가 시작돼 결말을 듣지 못했지만, 그날 이후 그 소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당시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를 하며 접한 사례들이 자꾸 소설 속 살인사건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소설보다 잔혹한 현실

 

"복통이 있어서 병원에 갔는데 보호자가 없다고 진료가 안 된다는 거예요. 원래는 국립의료원이나 서울의료원에 가는데 코로나 때문에 거기 못 간다고 해서 딴 민간병원에 갔는데, 보호자 없이는 해줄 수 없대요. 똑같은 대한민국 사람이잖아. 병원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생긴 거잖아요. 돈이 먼저가 아니잖아요. 아프다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거절하는데 굉장히 서럽더라고요.


하소연했더니 내부규칙이 그래서 어쩔 수 없대요. 위의 지시라면서. 그렇게 두 군데서 퇴짜를 맞고 결국 집에 돌아왔어요.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로 간 건데 "보호자 있나요?"라고. 주민등록증 입력해보고 딱 잘라 "안 됩니다. 보호자 없이는 진료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는데 그때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아 우리 쪽방촌 주민들 많이 죽었겠구나' 싶고..." (쪽방의 어느 의료급여 수급권자)

"국립의료원에 다니는데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됐대서 다른 병원에 연락했어요. 절단 상황 얘기하니 빨리 오라고 했어요. 해서 갔는데 갑자기 코로나 때문에 안된대요... 분명 다 오라고 했는데 HIV 얘기만 하면 갑자기 다 안된대요. 그렇게 10군데 넘게 퇴짜를 맞았어요. '내가 죄인인가?'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OO대병원은 자기네 엠블런스도 이용하지 못하게 했어요. 사설 구급차 불르라고. 내가 출혈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럼 그때까지 좀 누워있겠다고 하니까 침대도 못쓰게 했어요. 머리 다친 사람들만 누워있을 수 있다나. 그래서 내가 신문지 깔고 바닥에라도 눕겠다니까 그것도 못 하게 하는 거예요. 코로나 상황에서도 차별 없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단 한 군데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엄지손가락 절단 사고를 입은 어느 HIV 감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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