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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인의협][정형준]“의사 공무원, 간호사 공무원이 더 많아져야 해요”

작성자 : 관리자 2020.10.02

 

[이슈④] 공공의대 나오면 정말 돌팔이 의사 될까, 의료무식자는 궁금하다

왠지 흰 가운을 입은 그분들 앞에만 앉으면 얌전한 어린애가 된 듯싶었다. 다소곳이 앉아 아 하라면 아 하고, 어 하라면 어했던 곳에 앉아 계시던 그분들. 그래도 책상 너머 독수리 타법이 간혹 눈에 띄긴 했다. 그런데 갑자기 단상에 머리를 박아대던 의사 대표라는 분이 머리띠까지 질끈 매고 ‘총파업’을 외쳤다. 의사들은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 계획을 그저 반대하는 것뿐 아니라 경기를 일으켰다. 의사파업은 전공의 파업으로 시작해 개원의와 의과대학생 동맹휴업으로 퍼지며 삽시간에 전국이 난리가 났다. 게다가 각종 가짜뉴스도 판을 쳤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워커스》는 전문가들에게 직접 물었다.

 


의사파업을 본 심정은? 그리고 왜 반대했나요?

두 가지 감정이 오가더고요. 하나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시점에서 의사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파업했다는 점이 참담했어요. 한편으로는 동네병원 도산률이 계속 증가해왔던 터라 의사들의 불만이 파업으로 나타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도 명분 없는 파업이었죠.

그래서 파업에 참가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우리 지역 의사들은 70-80%나 참여했다고 하더라고요. 의사-환자 사이에는 진료 관계가 중요한데 이번 파업으로 그것이 파괴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요. 지금은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앞으로는 의사들이 고립될 것도 같고요.

― 안종호(내과 개원의)

한국 사회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고, 괴리감이나 충격도 컸죠. 정부가 4일 만에 항복했는데, 처음 벌어진 일이에요. 정부에 반대했을 때 이렇게 빠른 속도로 타결이 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위력은 노동자 민중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만큼 슬픈 일이었죠.

― 정형준(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데 의협은 이것이 정치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우기고 있잖아요. 대체 어느 쪽이 맞을까요?

의사집단은 증가율이 많다, 접근성이 좋다, 의료 기관이 적어서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해요. 하나하나만 보면 타당성이 없지 않지만, 모두 잘못된 주장이에요. 증가율은 기본적으로 산수가 안 된 것이에요. 가짜 뉴스죠. 애초 의사 수가 적어 분모가 적기 때문에 증가율이 높다고 하는 것이에요. 한국 의사 수는 10만 명당 7.3명인데, OECD 평균도 안 돼요. 접근성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잉진료로 그 조건 자체가 망가져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 그 결과는 달라지죠. 한국에선 의사 1명이 하루에 환자 150명을 진료해요. 진료 시간이 몇 분 만에 끝나버리기 때문이죠. 다른 나라처럼 이 시간을 10분, 20분씩 늘리면 진료 받을 곳이 부족해져요. 의료 기관이 없어서 의사 수가 많다는 것도 단견이에요. 의사 인력을 양성하려면 최소 12∼13년이 걸리거든요. 군 복무를 포함하면 더 길어지죠.

절대적인 의사 수는 정해져 있지 않아요. 의료는 자본과 노동 사이 재생산 체제의 일부거든요. 그래서 의료 인력이 많으면 민중에게 좋은 일이죠. 그런데 비용(교육, 시설 등)이 들어가니까 어느 수준의 질을 담보할 것인가를 먼저 얘기해야 해요. 쿠바와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쉽죠. 의사 수를 늘려 보편적인 건강권 향상을 추구하는 것은 쿠바식 모델이고, 한국은 기술의학 측면에선 다양한 것을 공급해 좋은 면이 있지만, 의사 수는 부족하고 격차가 크죠.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의사 수를 어느 정도 보유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에요.

이번에 의사 집단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이고 근거는 거의 없어요. 유일하게 의사수요 창출이론이라는 것이 있는데, 시장화돼 있는 환경에서 의사 수를 늘리면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에요. 이를 의료에 적용하면, 의료가 과잉공급되면 병 같지 않은 병을 창출한다는 식으로 시민이나 소비자 단체가 비판적으로 주장할 수는 있는데, 이를 의료 공급자가 얘기할 것은 아니죠. 의사집단이 이를 주장하게 되면, 시장화된 토대에서 자신의 처우를 향상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시각이 되거든요.
 

― 정형준(보건의료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