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OCIATION OF PHYSICIANS FOR HUMANISM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라는 이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천’이다.

성명과 논평

성명과 논평

공유하기

[의견서] [인의협]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결정의 근거는 의학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작성자 : 관리자 2021.08.18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결정의 근거는

의학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 소송(2020구합104810)에 대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견서

 

 

1. 위 사건에 관하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20216월 첫 번째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이후 공시된 육군본부의 준비서면에 대한 보충 의견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다음과 같은 두 번째 의견서를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하였다.

 

2. 육군은 준비서면에서 2021. 6. 29.자 준비서면에서, 심신장애를 판단함에 있어 객관적인 신체상태만을 기준으로 하고 주관적인 목적은 무관하다고 주장하였다.

 

(1) 의학적으로 특정인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업무적합성은 어떠한 건강 상태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미치는 기능적 영향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변희수 전 육군하사가 받은 성별확정수술은 음경의 배뇨 기능을 온전한 상태로 유지하며 신체적으로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업무에서 배제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2) 변희수 전 하사가 시행 받은 성별확정수술은 성별불쾌감/성별불일치에 대하여 행할 수 있는 적절한 의학적 조치라는 점은 과학적 사실로 인정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여러 의학교과서와 임상진료지침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밝혀져 있는 의학적 사실을 따르지 않으면서 성별확정수술이 주관적 목적에서 행해졌고, 신체상태만을 근거로 군복무가 불가한 심신장애라고 결정했다는 육군의 서면은 근거중심의학의 원칙에 위배되며 의학적 객관성이 결여된 주장이다.

 

3. 육군은 준비서면에서 과거 병력 및 전문의 소견을 고려할 때 정신과(우울증)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현 직위에서의 정상적인 임무수행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였다.

(1) 전역심사위원회 변희수 전 하사의 심사표 상 심신장애 병명은 음경 상실고환 결손이며 우울증은 이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육군 측의 주장대로 우울증 및 정신과 약물의 복용으로 인해 현 직위에서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제한될 것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직 변경의 사유에 해당될 뿐 직업적 생존권을 침해하는 전역 사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2) 정신건강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육군은 변희수 하사의 정신의학적 상태가 전역의 사유라는 원래 심신장애 전역을 의결할 때에는 없었던 주장을 펼치면서도 군인사법에 의거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현재 다수의 군인들이 정신과적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정신과 약 복용 여부가 전역사유가 된다는 육군의 주장은 전역심사위원회 심사표 상의 사실관계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현재 육군의 운영실태와도 맞지 않다.

(3) 직업환경의학적 관점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업무적합성 평가를 할 때는 불건강자를 색출하는 수단이나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도구로 이용하지 않도록 유념하는 것을 진료의 원칙으로 삼는다. 우울증을 전역사유의 하나로 본다고 가정하더라도, 정신과적 평가와 함께 당사자의 업무내용에 대한 직업환경의학적 분석을 통하여 해당 직위 및 보직에 적합한 수행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4. 육군은 준비서면에서 심신장애로 인하여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증세 및 성전환자라는 사실을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서술하였다.

(1) 앞서 제출한 1차 인의협 전문가 의견서에서 이미 밝혔듯이 성 주체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성전환증(Transsexualism)’은 트랜스젠더를 병리화하였던 과거의 정신과 질병명이다. 육군은 트랜스젠더에 대하여 현재 의학에서 사용되지 않는, 무려 30년 전의 개념을 가져와 병증으로 곡해하고 있다.

(2) 육군은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정신의학적 진단을 비의료인이 과거의 의무 기록만을 근거로 하여 자의적으로 내리고 있다. 정신의학적 진단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정신과 의사가 증상 및 기능 수준 등을 다각도에서 분석해야 하며, 변희수 하사의 과거 정신의학적 상태를 제한적인 의무 기록만 가지고 확정할 수는 없다. 변희수 전 하사가 느낀 우울감 등의 증상만 가지고 과거부터 주요우울장애가 있었다고 확언하며 심신장애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육군의 주장은 의학적으로 옳지 않다.

 

5. 육군은 준비서면에서 호르몬 치료와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증세의 치료를 계속하여야 하므로, 기갑병과의 하사로서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 성전환수술 이후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남성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심리적 문제가 발현될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1) 육군은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변희수 전 하사의 전역 근거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트랜스젠더가 시행 받는 호르몬 치료는 일반적으로 안전하고 불편감이 적다.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은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서 최소화할 수 있다.

(2) 모든 의학적 치료 후에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제인 타이레놀과 같은 약을 복용해도 드문 확률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정 약물이나 특정 치료에 드물게 수반되는 부작용을 근거로 군복무를 제한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6. 육군은 준비서면에서 트랜스젠더 군인은 군대 내에서 배제 및 차별, 소수자 스트레스 등을 경험하고, 원고의 위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증세가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사정들은 원고의 관련 증세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라고 하였다.

군대 내에 차별이 만연한다는 점을 근거로 전역조치를 정당화하는 것은 차별 당할 것이 염려되어 차별을 했다는 문장처럼 비논리적인 주장이다. 육군이 정말 변희수 하사가 경험할 수 있는 군대 내에서의 배제와 차별, 소수자 스트레스를 고려했다면, 이에 상응하여 시행했어야할 조치는 강제 전역이 아니라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군 문화 조성이었을 것이다.

트랜스젠더 역시 다른 모든 사람들과 동일하게 군인을 자신의 직업으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금지한 해당 처사는 한 인간이 일을 할 권리를 박탈한 것이며, 수술적 치료를 받은 트랜스젠더에게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정서적인 지원과 사회적 지원을 모두 끊어버리고 스스로 수용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7. 육군은 준비서면에서 인의협 1차 의견서 중 성별확정수술의 효과 부분은 각 연구의 실험군 및 대조군의 설정, 방법론의 선택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그대로 수용하거나 일반화시키기 어렵다고 할 것이며, 이는 성전환자의 계속 복무 여부가 정책적 판단의 영역임을 반증한다고 할 것입니다.”, ‘성전환수술을 받은 성전환자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 결과를 기재한 스웨덴에서의 코호트 연구와 같이 성전환수술 이후에도 통제군보다 더 높은 사망률과 정신의학적 발병수준을 보이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이를 일반화시키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1) 우리가 검토한 모든 의학 자료들은 성별확정수술이 성별 불쾌감 및 성별 불일치를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는 바, 엄연히 이러한 의학적/과학적 판단을 거쳐 정책적 판단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계속 복무 여부에 대하여 육군이 온전히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라고 서술하는 것은 정책적 판단이 사회 전반과 동떨어져 독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다름 아닐 것이다.

(2) 육군은 근거로 제시한 해당 논문에서 성전환수술 이후에도 통제군보다 더 높은 사망률과 정신의학적 발병수준을 보이게 된다는 결과가 나타났으므로 성별확정수술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육군 측이 연구 집단과 통제군의 의미에 무지한 탓에 발생한 오류이다. 해당 논문은 연구 설계 시점부터 성별확정수술의 효과를 판단하기 위한 연구가 아니었다. 이는 저자들도 논문에 밝히고 있는 내용이며, 논문에는 성별확정수술의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성별확정수술은 반세기 이상 시술되어왔으며, 트랜스젠더의 성별불일치에 대한 치료로서 세계적으로 공인된 것이다

(3) 육군은 성별확정수술의 한계에 대해 지적하면서 특정 집단의 사망률이나 정신과 질환 이환율이 높다는 것이 전역의 사유가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였다. 이는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예컨대 보건복지부에서 출판한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에 비하여 2.6배 높다. 육군 측의 주장대로라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명백히 더 높은 자살 위험성이 있으므로, 남성은 군대에서 강제 전역되어야 마땅하다.

(4) 해당 논문의 저자들은 논문의 한계(limitation)’부분에서 연구의 대상에는 40년에서 50년 전에 성별확정수술 등의 의학적 치료를 받은 트랜스젠더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힌다.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수술적 치료와 호르몬 요법은 다른 모든 의학 분야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지난 반세기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육군의 주장은 반세기 전에 시행된 치료의 결과를 현재에 그대로 적용시키려는 것도 모자라 논문의 내용마저 왜곡한 것이다.

 

해당 연구 논문의 결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사회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진전된 돌봄을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 군대 역시, 우리가 본 의견서를 통하여 기술한 과학과 의학의 최신지견을 반영해 트랜스젠더 및 다른 많은 성소수자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받지 않고, 자유롭게 복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가꾸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변희수 전 하사의 복권은 군대 내의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완화시키고, 그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첫 걸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1. 08. 18.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첨부파일: “인의협_전문가의견서_2.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