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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생색내기 리베이트 단속, 이젠 불법 리베이트와 약가 거품을 함께 제거하라

작성자 : 관리자 2009.03.03

[논평] 생색내기 리베이트 단속, 이젠 불법 리베이트와 약가 거품을 함께 제거하라

-김정범(인의협 공동대표)

지난 1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다수 포함된 7개의 제약회사가 2,000억 규모의 부당고객유인행위(리베이트), 약가인하를 막기 위한 재판매가격유지, 경쟁사의 제네릭 의약품 출시 방해 등의 위법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4억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약업계와 병원, 의료계 사이의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작년 2월에는 서울경찰청이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하여 다국적 제약회사 4곳과 의사 350여 명을 적발했다는 발표가 있었던 바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포함한 제약 회사의 위법 행위는 약가에 반영되어 환자들의 부담해야 할 의료비의 상승을 가져올 뿐 만 아니라 의사들의 처방이 왜곡될 위험성을 초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지난 5년간 건강보험 진료비는 71%늘어난 것에 비해  건강보험 약품비는 85%가량 증가하였고,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3년 27%에서 지난해 29%로 증가하여 약품비가 10조을 넘겼다고 밝혔다. 이는 OECD 주요 국가의 10-15%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높은 비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불법 리베이트 단속 실적을 마치 연례 행사처럼 발표하는 것은 정부 당국의 단지 생색내기일 뿐이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높은 약가를 조정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구제적인 정책이다.

첫째, 정부 당국은 우선적으로 드러난 부당 거래액만큼 약가를 삭감해야 한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제약회사들의 판매 관리비 비중은 무려 26-38%에 이른다. 2007년 공정위는 전체 리베이트 규모는 의약품 시장의 약 20%인 2조 이상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런 비용들은 고스란히 약가에 반영되며, 희생자는 바로 국민과 환자들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확인된 부당 거래액만큼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

둘째, 엄격한 의약품 선별등재제도의 시행이 필요하다. 현재 한가지 성분에 대해 수십여 제약회사에서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을 출시가 허용됨으로써 제약회사는 타사와의 경쟁 속에서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자사의 의약품을 의사들이 선택하도록 불법을 넘나드는 판촉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한가지 성분에 대해 3-4개 정도만 등재한다면 그 과정에서 약가를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불법 리베이트 제공 관행 역시 근본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이다.

세째, 제약회사와 병원, 의료계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더욱 엄격한 법적 잣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제약회사에게 부당거래액의 10%에만 과징금을 부과한 걸로는 제약회사의 위법행위를 근절할 수 없으며, 과징금의 규모를 대폭 올리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10%의 과징금을 내더라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약회사와 병원, 의료계는 서로간의 관계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제약계는 ‘신마케팅강령’, 미국의사협회는 ‘의사에 대한 기업들로부터의 선물'(Gift to physicians from industry)이라는 자체 지침을 두고 있다. 제약업계와 병원, 의료계는 관련된 지침을 정하고, 그 이상의 불법적 관행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현재의 진료비 지불제도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의 제도 아래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많이 처방하면 할수록, 그래서 제약회사가 약을 많이 팔면 팔수록 서로 경제적 이득을 보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제약업게와 병원, 의료계 사이의 부적절한 유착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 따라서 가능한 약을 적게 쓰게 되는 주치의제도와 포괄수가제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지난 2월 20일 새로 인선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전문가들은 모두 배제되고 제약회사와 유착관계가 있거나 생동성 시험 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위원들이 임명되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 과연 이 정부에 약가를 재평가하려는 의지가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 불황이 깊어가고 있다. 이미 100만이 넘은 서민들이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몸이 아파도 적지 않은 진료비 부담으로 병의원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리베이트 근절노력과 함께 약가 거품을 인하하여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부 당국의 진지한 노력이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