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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건강보험흑자를 획기적 의료보장의 기회로 삼자

작성자 : 관리자 2008.10.07

[논평] 건강보험흑자를 획기적 의료보장의 기회로 삼자

-김정범(인의협 공동대표)

올해 건강보험의 재정흑자규모가 1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고부담이던 차상위계층의 의료이용료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떠넘긴데다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매우 커질 것 우려와 함께 올해만 무려 1433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잔뜩 엄살을 부렸던 정부의 예상에 비추어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없다.

물론 정부에서는 그 원인을 경기침체에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내수침체, 고유가 여파로 국민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웬만한 병은 참고 병원에 덜 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건강보험의 엄청난 흑자의 원인은 아니다. 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이 없던 정부가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의 보조는 묶어둔 채, 단순히 건강보험재정의 적자만 우려한 나머지 식대급여의 본인부담금을 확대하고 6세미만 아동 입원료 중 10%를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등 건강보험의 보장을 축소하는 한편, 4.77%이던 건강보험료를 5.07%로 대폭 인상하는 등 국민들의 부담을 지나치게 늘여놓은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경기침체로 의료이용이 줄어들었다면 서민들의 꼭필요한 의료이용이 많이 줄어들었을 개연성이 크다. 특히 이번에 건강보험으로 떠넘겨진 차상위계층의 의료이용은 결정타를 맞은 것이 틀림없다. 이를 두고 국민들의 의료이용에 있어서 도덕적 해이가 줄어든 결과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한다면 이는 결코 용납될 수없을 것이다.  

건강보험의 존재목적은 재정흑자가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을 보장하는 것이다. 수익을 목표로 하는 민간회사가 아닌 다음에야 사상최대가 될 건강보험재정흑자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건강보험재정의 추계를 잘못하고 또한 의료보장의 범위를 축소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제 때에 적절한 의료이용을 옥죈 결과임을 정부는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곧 있을 건강보험정책심의 위원회에서는 건강보험흑자분을 둘러싸고 재정 소요 방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벌이기전에 잘못된 추계에 기초하여 정부가 애초에 국민에게 약속한 보장성확대정책의 후퇴를 가져온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되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즉 식대급여을 원상회복해야 할 것이며 6세미만 아동 입원료의 10%본인부담분부터 다시 없애야 할 것이다. 혹시 의료남용의 우려가 있다면 이는 별도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의료이용을 합리화하도록 유도하여야지 의료보장의 범위를 축소하고 의료이용의 문턱을 올려 서민들의 필수적 의료를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는 이번에야말로 대폭적인 수가인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일 뿐이다. 고용불안, 경기침체 등으로 인하여 더욱 어려워진 서민들이 가계부담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높아진 의료기관문턱을 넘지 못해 꼭필요한 의료이용마져 줄여서 발생된 흑자란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 의료수가의 지나친 인상은 서민들의 의료이용을 더욱더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결과가 아닐 것이다.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정부일각에서는 이번기회에 재정흑자를 빌미로 건강보험에서 국고보조를 줄이자는 발상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역사를 거스르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도 반쪽짜리 보험이란 비아냥을 듣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선진국의 수준으로까지 넓히려면 건강보험의 재정규모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은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기회에 정부의 건강보험보조금을 ‘획기적“으로 높여 건강보험의 보장율을 대폭 확대하여 명실상부한 선진국형 국민건강보험으로 만들어갈 기회로 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적어도 돈이 없어 의료이용을 못하거나 질병치료하다가 파산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획기적”이라고 해봐야 그동안 정부는 한번도 지킨적이 없는 지역의료보험의 국가보조 50%의 약속을 직장가입자와의 형평성차원에서도 지금이라도 지키기만 해도 될 것이다.

물론 이와 함께 일차의료기관의 주치의등록제의 도입과 함께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포괄수가제 같은 재정절감형 의료수가지불체계를 도입하여 의료기관의 진료행태와 국민들의 의료이용을 동시에 합리화하는 방안을 같이 가져간다면 무상의료에 준하는 획기적 의료보장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