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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의협의 무모한 미국산 쇠고기의 시식행사

작성자 : 관리자 2008.07.15

[논평] 의협의 무모한 미국산 쇠고기의 시식행사

-김정범(인의협 공동대표)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 이하 의협) 등 의료계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인사들 30여명이 지난 9일 서울 시내 모 음식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시식행사를 했다.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과 관련한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자는 취지에서 직접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자 마련하였다고 한다.

시식 행사에서 주수호 의협회장은 미국산 쇠고기을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고 하였다. 아무리 발병 가능성이 작다 하더라도 위험이 분명히 있고 일단 발병하면 치명적일 경우 그러한 위험을 확률의 법칙에 둬 버리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특히 예방 가능한 조치가 있다면 그것을 취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확률보다 더 분명한 사실들은 미국에서는 농장동물및 야생의 동물들 사이에 프리온 질환이 풍토병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광우병 발생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성사료의 규제, 도축우의 광우병 전수검사,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의 제거, 이력 추적제 등 광우병 예방에 효과적인 조치들을 하나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 최근 미국에서는 (SRM)이 포함된 쇠고기가 전량 리콜되는 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미국 내 도축 및 검역 체계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SRM 외에도 최근에는 O157대장균의 오염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리콜사태가 매우 빈번하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네브래스카 비프(Nebraska Beef)' 쇠고기 분쇄육 약 241톤이 리콜되었고 이어서 지난 3일 쇠고기 2400톤을 또 다시 리콜되는 등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사태가 이정도이면 해당 작업장에서 나오는 쇠고기는 수입을 중단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달 26일 새롭게 고시된 미국산 쇠고기수입위생조건에 의하면 우리 나라는 미국산 쇠고기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우리 정부는 임의로 수입중단조치를 취할 수없게 되어 있다.

미국의 상황이 이러하다면 의협은 당연히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개방이 우리국민들을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는 지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를 하고 미국산 쇠고기와 유통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했어야 했다. 국민 건강의 위해요인에 대해 분명하고도 단호한 예방조치 없이 나선 의협의 이번 미국산 쇠고기 시식행사 참여는 의학적으로도 틀렸을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는 의협이 국민의 건강에 대한 위험을 아주 가벼이 보는 기득권층 일부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 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무모했다고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