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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의료급여 제도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작성자 : 관리자 2007.07.27

의료급여 제도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 의료급여공동행동 공개질의서에 대한 보건복지부 답변에 대하여


정부는 지난 6월 26일 의료급여공동행동과 의료급여 수급권자 9명의 명의로 보낸 공개질의서에 대해 7월 20일 답변을 보내왔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정부는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강변하며, 이 제도가 가져올 부작용을 축소하려고만 하고 있다.

빈곤층의 도덕적 해이가 아닌 정부의 왜곡된 자료 문제

우리는 정부가 의료급여 재정 증가의 주요한 원인으로 의료급여 환자의 ‘도덕적 해이’만을 강조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도덕적 해이는 수급자뿐 아니라 공급자에게도 있으며, 정부의 관리시스템 부재도 급격한 재정 증가에 한몫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진단이 아니다. 이는 잘못된 통계에 근거하고 있고, 현상을 평면적으로 해석한 결과일 뿐이다. 정부는 의료급여 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진료비와 의료이용일수 등을 들고 있지만, 이는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주장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의료급여 환자의 질병 중증도를 제대로 고려했다고 보기 힘든 통계 수치를 가지고 의료급여 환자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의료이용을 많이 한! 다고 말하고 있다. 의료급여 환자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더 많이 의료이용을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십분 양보하여 설령 그러한 현상이 존재한다고 하여도 그것은 환자가 도덕적으로 해이해서가 아니라, 의료기관과 정부가 제대로 교육하거나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요한 원인은 공급자와 정부에게 있는데, 수급자, 공급자, 정부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수급자의 문제를 과다하게 확대한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피해자 나무라기(Victim blaming)' 혹은 ’낙인(stigma) 찍기' 수법이다. 이는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취할 도리가 아니다.

또한 공급자의 직간접적인 과다한 의료이용 유발 행위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였고, 정부는 그 대책으로 진료비 심사 및 현지조사, 그리고 새롭게 시행된 자격관리시스템을 통한 관리 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보기에 이는 건강보험 환자와 마찬가지로 의료급여 환자도 행위별 수가제하에서 벌어지는 공급자간의 과다한 시장경쟁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문제의 몸통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깃털만 건드리는 것이고, 지레 겁을 먹고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의료급여 환자뿐 아니라 건강보험 환자까지를 포함한 과다한 의료이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가 체계의 개선과 주치의 제도 등 1차 의료 강화 방안이 절실하다.

의료급여제도 개정은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조치

우리는 이번에 개정된 의료급여 본인부담으로 인해 필수적인 의료이용 억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그 대책에 대한 정부입장을 물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책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답변하였으나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는 본인부담상한제 및 보상급제, 선택병의원제, 사례관리 등을 통하여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사안을 너무 안일하게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정부가 도입한 제도에 의한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심리적 위축 효과’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예들을 볼 때, 가난한 이들에게 ‘도덕적 해이자’라는 낙인을 찍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본인부담까지 시킬 때, 환자들은 필수적인 의료 이용까지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도가 어떻게 보완되었든 가난한 이들은 바뀐 제� 되臼【�심리적 위축을 겪게 될 것이고 이는 필수적인 의료이용까지 ‘자발적으로’ 자제하게 만든다. 그리고 정부는 실제로 본인부담을 하게 될 대상이 소수이고, 그 액수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액수 때문에 단 한 명이라도 필수적인 의료이용이 제한된다면 그 제도는 정당성이 없는 것이다.

또한 파스를 실질적으로 전면 비급여화한 정책의 보완책에 대해 정부에서는 파스를 전면 비급여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사실상은 전면 비급여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모든 경구약을 먹지 못하는 경우’라는 해석을 통해 사실상 파스제제의 급여를 완전히 제한했다. 정부는 입으로 약을 전혀 먹을 수 없는 상태, 즉 ‘수술직전 후 금식과 같은’ 상황에서나 처방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실상 모든 환자들의 파스 급여가 제한된 것과 같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 파스가 전면적으로 비급여화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에 다를 바 없다.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 보호 정책 부재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정부의 총체적 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정부는 가난한 이들의 건강 보장을 위한 정책으로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긴급지원제도 등을 들고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원인인 주거, 식생활, 노동 환경 등에 대한 총체적 고려 없이는 정부가 가난한 이들의 건강 상태를 개선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만성질환자의 의료접근권 강화 방안으로 정부는 취약계층의 의료접근권을 제고하기 위하여 도시형 보건지소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맞춤형 방문 보건사업을 확대하여 직접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농어촌지역 보건소에 대해서는 시설․장비를 지원하여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일부 사례일 뿐이다. 참여 정부는 정부 출범 당시 내세웠던 약속과는 달리 사실상 도시형 보건지소 확충 계획을 포기하였다. 그리고 보건소 서비스 질 향상 계획도 정체 상태에 있다. 실제로 별로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도 없고 추진될 가능성도 없는 계획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 이용 적절성에 대한 지속적 평가 시스템 마련에 대해서 이는 의료급여 환자뿐 아니라 모든 환자들에 공통적인 문제라고 언급하며, 다양한 의료서비스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도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의료서비스 모니터링에 비해 의료급여의 의료서비스 모니터링 체계가 매우 부실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정부도 밝혔듯이 정부는 의료급여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가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어떠한 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다. 향후 이에 대한 고민이 보다 전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일부러 눈을 가린 것인지, 아니면 사실을 볼 능력이 없어서인지 알 길은 없으나,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개탄할 뿐이다. 결국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 것은 우리의 투쟁뿐임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낀다. 우리는 우리의 투쟁을 통해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을 쟁취할 것이다.

2007. 7. 27

의료급여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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