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OCIATION OF PHYSICIANS FOR HUMANISM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라는 이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천’이다.

성명과 논평

성명과 논평

공유하기

[논평] [논평] 소액 외래 진료에 대한 정률제 시행, 우리는 반대한다.

작성자 : 관리자 2007.07.19

[논평] 소액 외래 진료에 대한 정률제 시행, 우리는 반대한다.

소액 외래 진료에 대한 정률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1만5천원이하 소액 외래진료에 대해 시행해오던  정액제가 폐지되고 정률제로 일괄시행된다. 단, 65세이상 노인은 제외된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병의원외래 및 약국이용시 지금보다 많게는 3,000원(67%)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  

  정부발표에 의하면 이 제도의 시행으로 국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은 4,000억원 정도 절감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고액, 중증질환자의 보험진료비를 경감시키는데 쓰겠다고 한다.

중증질환자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뜻에는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정부가 추가재원의 마련없이 하려니 생색에 불과한 반면, 대신 치러야 할 서민들의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는데 있다.  

우리는 이번 정률제 시행령은 아랫돌 빼어내어 윗돌을 괴는 식의 땜질식 처방일 뿐이며 보장성이 취약한 건강보험을 더욱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매우 어리석은 정책이기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정률제의 도입은 전체국민들 가운데 특히 저소득층 서민들의 일차의료기관 이용시 그  문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저소득층 서민들에게 3000원의 추가부담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이들의 경우  아파도 참다가 질병의 초기단계에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질병이 악화되어 중병이 된 후에야 어쩔 수 없이 병,의원에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건강은 더욱 악화 될 것이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소득수준별 건강수준의 양극화문제가 이번의 정책으로 더욱더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

  둘째,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역행하는 정책이며 재정 절감은 커녕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낭비적 지출 역시 크게 증가시킬 것이다. 이번 정률제시행으로 1차의료기관인 의원의 문턱을 높여 국민들의 의료이용을 제한함으로써 건강보험재정을 절감시키고자 함이 보건복지부의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도리어 2,3차의료기관의 문턱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가져와 단기적으로는 일부 여유있는 계층의 경질환자들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값비싼 2,3차의료기관이용의 증가를 가져오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서민들이 정작 꼭 필요한 경질환에 대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해 중중질환으로 악화되어 나중에 더 큰 비용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전체 건강보험재정의 낭비적 지출을 가져올 것이다. 1차의료가 튼튼하지 못한 나라들은 더 많은 진료비를 내고도 국민의 건강수준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 보건의료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의료의 적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1차의료기관의 병원문턱을 낮추고 제대로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률제 시행은 이를 역행하는 정책이다.

  셋째, 보건복지부가 정률제 전환과 함께 내놓은 고액, 중증질환자의 본인부담상한액을 6개월간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경감시키는 방안은 생색에 불과할 뿐 정작 이들에게 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의 발표는 마치 정률제시행이 이들의 진료비를 경감시키기 위한 방편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진실이 감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액진료 환자에게 정률제 시행으로 4,000억원이 절감되는데 비해, 고액 중증환자의 법정 본인부담을 경감시키는데는 정부 추산으로 많게 잡아야 1,25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정작 중증질환자들이 고액 진료비가 나오는 것은 법정 본인부담 때문이 아니라 초음파, MRI, 선택진료, 임의비급여 와 같은 비급여때문인 것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는 왜 이런 뻔한 사실을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넷째, 정률제 시행은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후퇴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공약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노무현정부가 대통령 후보시절 민주당의 공약을 보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임기내에 80%로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말을 살짝 바꿔 70%까지는 높이겠다고 한 바 있다. 만일 노무현 정부가 그와 같은 정책목표를 실행하려면 비급여를 고려할 때 오히려 법정 본인부담 비중을 30%가 아니라 10%아래로 낮추어야 한다. 그런데 비급여 항목은 그대로 둔채 환자가 내야 하는 법정 본인부담금을 올리는 것은 그와 같은 정책목표를 폐기하는 것이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후퇴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랫돌을 빼내어 윗돌을 괴는 식의 이번 외래정률제처방은 저소득층 서민들의 건강을 더욱더 악화시킬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과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역시 모두 놓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이번 정률제 시행은 의료급여의 본인부담금제도 신설과 함께 보건의료에 있어서 노무현정부의 대표적인 반복지정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노무현정부는 우리 국민이 의료이용을 과다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하나, 외래 및 병원 이용시 본인부담이 전혀 없이 무상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영국보다도 두배 가까이 의료이용을 많이 하는 이유가 무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먼저 권하고 싶다. 정답을 먼저 말하면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튼튼한 1차의료가 있는 가와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있는가이다.

2007. 7. 19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