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OCIATION OF PHYSICIANS FOR HUM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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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천’이다.

공지사항/자료실

<의사 파업을 앞두고 인의협 회원 선생님들께 드리는 글>

작성자 : 관리자 2020.08.06

안녕하세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중앙집행위원회입니다.

 

먼저 코로나19 국면에 각 진료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염병 사태는 공공 보건의료체계와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인 한분 한분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했습니다.

 

반면 정부의 태도는 실망스럽습니다. 코로나19 발생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공의료 확대·강화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원격의료 등 이전 정부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의료영리화 정책만 꺼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의 의사증원 방안에 대해서도 인의협은 비판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공공의료기관과 그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의사인력의 부족이 절실히 드러났습니다. 국민들의 요구대로 공공의과대학을 대폭 늘리고 국립대의과대학 정원을 충분히 활용해, 의료취약지 지역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의사 양성 정책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또한 10%에 불과한 공공병상을 크게 늘려 의료취약지를 해소할 대안을 발표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사립의과대학 정원 늘리기와 지방사립대병원 전공의 채워주기에 불과한 안을 내놓았습니다. 수련 기간을 제외하면 3~5년의 짧은 지역 복무기간, 민간중심 인력충원으로 지역 의료공백을 채우리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임상의사가 부족하다면서도 화장품·의료기기 영리사업체 돈벌이 역할을 할 의과학자증원 계획을 밝힌 것 역시 황당합니다. 인의협은 정부가 의사증원 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의협은 현 의사협회 집행부가 주도하는 의사파업을 지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의사협회 지도부는 의사증원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사협회 지도부의 주장과 달리 한국의 인구 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65.7%, 의대 졸업자 수는 58%로 의사부족 현실은 명백합니다. 특히 지역 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이로 인한 치료가능사망률 등 지역의료격차가 심각합니다. 전국 지자체의 40%가 응급취약지이고 분만취약지도 많으며, 의료취약지역에 필수과목 전문의가 부족한 현실입니다.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이 있는 곳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심지어 국가지정 감염병 격리병상조차 운영되지 못했습니다.

 

의사 수 부족은 엄연한 사실이고, 특히 지역의사 확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공공의대와 공공병원 설립이 필요합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의사 증원 자체와 공공의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오히려 정부 안의 부족함을 지적하며 앞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의사단체 지도부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한편 우리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전공의들의 요구를 지지해왔습니다. 많은 병원들이 전공의들을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값싸고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있는 현실은 바뀌어야만 합니다. 이는 병원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충분한 의사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므로, 병원협회로 대변되는 병원 경영진에 인력 고용을 강제할 정책적 대안이 필요합니다. 인의협은 전공의들의 정당한 요구에 함께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공의 처우개선은 의료취약지 의사 증원과 서로 모순되는 방안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지역 의료현실을 개선하고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억제하고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 속에서 전공의 처우개선도 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의료인이라고 할지라도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부당한 정부정책에 맞서 투쟁할 수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병원 사측과 잘못된 정부정책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면 의료인들도 이에 맞서 목소리를 낼 권리와 책임이 있습니다. 인의협은 2014년 전공의들이 영리자회사, 원격의료에 반대해 벌인 파업이 정당한 투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파업을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극우 의협 집행부가 주도하는 현 파업은 명분이 없고, 의료공공성 강화에 기여하지도,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소하지도, 전공의 처우개선을 이끌어내지도 못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국민들이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세계적 보건의료 위기의 한가운데서 의사들은 고통 받는 이들의 곁에 서고 전 사회적 아픔을 함께 치유할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과 함께 건강한 의료체계를 만드는데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 길에 회원 여러분들의 지혜를 귀담아 들으며 늘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 8. 6.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중앙집행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