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OCIATION OF PHYSICIANS FOR HUM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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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자료실

[자료] [의료개방] 의료시장개방 Q&A

작성자 : 관리자 2004.10.03

의료시장개방, 그것이 궁금하다!





Q1. 현재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에서 주도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개발계획에 따른 ‘동북아 중심병원 유치’라는 이름의 외국의료자본의 도입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 최초 경제자유구역 내에 병원 신설 문제가 대두될 당시 재정경제부가 제시한 신설 필요성의 주요한 근거는 경제자유구역에 진출할 외국상사 주재원의 의료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 내에 이러한 의료수요를 해결하기 위하여 병원 시설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부정적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실제 들어올 외국계 병원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었다.
- 이러한 사실을 예측이라도 했듯이 정부는 속내를 조금씩 터놓기 시작했는데, 내국인에게도 진료를 허용할 수 있다든지, 국내 병원도 진출할 수 있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언론에 흘렸고, 급기야 영리법인의 허용과 동북아중심병원 유치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 이러한 영리법인 허용과 동북아중심병원 유치라는 정부 정책은 동북아의 금융, 서비스 및 유통 분야의 중심으로서 경제자유구역을 상정하고 있고, 의료 역시 그러한 분야의 하나라는 기본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WTO 시장개방에 적극적인 경제관료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경향성이 크다고 하겠다.
- 그런데, 이러한 구상은 우리나라가 경제자유구역을 통해 동북아의 물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도 매우 회의적일 뿐 아니라, 그로 인하여 국내 중소자본의 몰락, 노동조건의 악화 및 고용불안의 심화 등 수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시장의 무정부성으로 인하여 악화될 때로 악화되어 있는 의료가 회생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 정부가 의도(?)한 바와 달리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외국계 자본이든 국내 자본이든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이 등장할 경우 영리병원의 주요한 수요층은 내국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의사들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언어장벽이 없고 의료기술이 뛰어난 홍콩이나 싱가폴을 두고 동북아의 부자들이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기술에 감복을 받아 몰려들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것은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생각이고, 그렇게 오는 수요가 외국계 자본이 진출하는 동력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대중을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 어떻게 대중을 기만하더라도 자유구역 내에 존재하는 영리병원의 주요한 수요층은 내국인이고, 이러한 내국인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외국계 자본 및 국내 자본이 병원산업에 진출하고자 한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의 설립이 가져올 영향을 정리하면, 먼저, 인력 및 시설 등 자원의 생산과 분배의 왜곡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영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진료과와 인력의 집중 현상이 심해지고, 의료비 상승을 주도하는 급성기병상과 첨단 장비 등이 과잉 공급되고 지역적 편차가 더욱 심각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 다음으로, 서비스제공체계가 더욱 더 왜곡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형병원은 영리병원과 경쟁하기 위해 더욱 더 고급화 전문화 경향을 강화해나가고 수요 창출을 위해 중소병원과 의원의 환자에 대한 공격적 경영을 강화해나갈 것이 예상된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밖으로 영리병원을 환산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다양한 형태의 음성적 영리병원이 커지게 되면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병원의 도산이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 셋째, 현재 건강보험으로 일정부분 사회적으로 통제되어 있는 재원조달을 민간보험으로 이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다. 국내외 자본은 건강보험이 여전히 일정한 수요를 해결해주는 부분이므로 완전한 몰락보다는 기초적인 의료필요를 해결해주는 영역으로 제한하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비급여 부분을 대폭 확대하고, 민간보험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 국내외 자본과 경제관료들은 건강보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나갈 것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고서 성형, 안과 등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 건강보험 틀 내에서 외국계 자본이 영리적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의 동북아중심병원 유치 전략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 및 민간보험의 전면적 도입과 연결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소득계층간 의료이용 및 건강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마지막으로 현재 급성기치료 중심의 과잉, 과소 공급 문제가 소유의 사적 성격 및 병의원의 영리적 운영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리병원의 등장은 그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국민의료비의 상승과 거시적 비효율성이 더욱 커질 것이 예상된다. 결국 재경부의 경제관료가 의도(?)한 바대로 외국자본의 대거 유입이 예상될 수 있지만, 국민의료비의 상승과 거시적 비효율성 증가는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고, 의료비의 전반적인 상승 기조 속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단기적 통제 전략도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Q2. 보건복지부는 최근 발표한 문건에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의료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주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과 같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선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 국가 단위를 뛰어넘는 시장이 성립해야 한다.
- 일부 서비스 분야에서 자본과 기술의 이동이 존재하고, 국외 서비스 이용 등에서 시장 기전이 작동하고 있지만, 전체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국가에서 보건의료서비스 분야는 아직도 시장 기전을 통해 자원의 생산과 분배가 이루어지고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기전을 통해 이루어지는 분야다. 따라서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서비스의 경쟁력을 검증 받을 수 있는 체계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국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조차도 보건의료서비스의 핵심 요소인 인력의 이동에 대해선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고, 오로지 자국 내 보건의료체계의 인프라를 흐리지 않는 선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자본의 이동과 이윤의 창출만을 서비스 개방의 내용으로 설정하고 있다.
- 또한 의료서비스의 생산과 분배를 시장기전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필연적으로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기전을 도입한 국가라 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통제 기전을 확보하고 있고, 상당 부분을 공적 영역으로 남겨두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시장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성립할 수 없는 명제에 집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 따라서 정부가 주장하듯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자본의 이동만을 내용으로 한 미국 중심의 보건의료 시장개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소병원의 연착륙 - 사실상 조기 몰락-을 지원하고 대형화, 전문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경쟁의 논리를 확장시켜 보건의료에 대한 공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을 반어적 표현법으로 제시한 것에 다름 아니라 하겠다.




Q3. ‘동북아 중심병원’ 등을 통한 의료시장개방이 과연 보건복지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까요?

- 의료체계 자체가 선진국 수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의료체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의료이용의 접근성, 형평성, 질 등이 보장되고, 그 나라의 건강수준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체계를 구축한 결과 선진국 국민이 누리는 의료이용의 혜택과 건강수준이 보장되는가가 초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보편적인 기준이 아니라 의료기술 등과 같이 특정 분야에서 앞서 있는 것을 갖고 선진국 수준의 의료체계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시각이다.
- 이러한 판단 기준에 근거해볼 때 동북아 중심병원의 구축과 의료시장개방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한참 잘못된 주장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북아 중심병원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사적 성격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가장 기본적인 평가 지표가 되는 접근성, 형평성 측면에서 지금보다 악화되면 악화되었지 좋아질 여지가 없다. 질적 측면에서도 특정 분야에서 첨단 의료기술이 과잉 공급되고, 정말 필요한 분야인데도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분야는 과소 공급되는 의료의 질 저하 문제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 예상된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시장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보건의료의 특성상 비효율적인 중복투자와 부적절한 자원의 배분이 발생하게 되고, 국민 건강의 추가적 상승을 가져오는 비용의 증가를 가져오는 등 전반적인 비효율성이 커질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접근성, 형평성, 질, 효율성 등 보건의료의 기본 조건이 되는 어떠한 측면도 만족하지 못할 수밖에 없고,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힘들게 된다. 당연하게 건강수준에 있어서도 선진국 수준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 따라서 선진국 수준으로 의료체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면 영리병원 허용과 ‘동북아중심병원’ 유치 전략은 완전하게 폐기되어야 할 정책이다. 오히려 공공병원을 확대하고 공공의료체계를 확립하는 것, 또한 보건의료의 사적 성격을 줄이고 공공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의료서비스제공체계를 지역화, 단계화에 맞게 재구성하는 등 보건의료에 이어서 전반적인 사회적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나가는 것, 즉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Q4. 그렇다면 이러한 의료시장개방과 영리법인 허용이 우리 ‘의료인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 의료제공자에게 현재 가장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의료제공자들은 건강보험에 의한 사회주의적 통제라고 이야기한다. 예전과 달리 수입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어떤 경우 진료수입이 적어 폐업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면서 그러한 문제가 파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가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맡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개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 의원만 보면 수입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폐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누가 폐업하는가? 경쟁에서 탈락하는 개원의가 폐업하고 있다. 사회적 통제 때문에 폐업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시장적 질서가 강화되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 엄격하게 인력이 사회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개원의가 확대되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도시에 개원할 수 있고 방해받지 않기 때문에 폐업하고 있다.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건강보험의 수가통제는 폐업을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을 그나마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폐업을 통한 시장 기전의 강화(?)에 역행하는 기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 병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중소병원의 폐업은 수가통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형병원의 등장과 병상의 무제한적 공급 확대로 인하여 환자가 대형병원에 집중되기 때문이며, 이것 또한 시장의 힘이 강제한 결과이다. 오히려 수가통제와 심사를 통한 통제가 있기 때문에 중소병원이 그나마 버틴 것인지도 모른다.
- 하여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지 않고 불안정성이 심화된다든지, 아니면 과별 연령별 지역별 학력별 격차가 심화된다든지 하는 작금의 의료제공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사회적 통제가 너무 많아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시장친화적으로 의료가 움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 따라서 이러한 경향을 그나마 억제해왔던 기전으로 작용해왔던 영리법인 허용 및 민간보험 도입 제한 등이 풀려지게 된다면 의료제공자의 서열화 및 상대적 빈부 격차 심화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의사 전체에게 돌아가는 파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의료의 공공성 강화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현실은 더욱 냉혹하고 처절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논리를 피고 의료의 공공성을 반대하고 보건의료의 사적 성격 강화를 주장하는 의료제공자들은 결국 그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후자는 파이를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파이의 분배 방식을 더욱 자본주의적으로 만들고 그 격차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뿐이다. 더욱이 의료제공자의 역할은 ‘선의의 대리인’으로서 역할이 아닌, 기업가, 자본가로서 역할로 고착화될 것이다.

Q5. 보건복지부는 소득계층별로 보건의료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민간영역과 공공영역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과연 그 내용은 무엇일까요?

- 보건복지부는 영리법인 허용을 통해 민간영역은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고급의료를 지향하고, 공공영역은 나머지 계층을 떠맡는 형태를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형태는 오히려 전체 국민 건강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파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 먼저, 민간영역은 10%에 해당하는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설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하여 의문이다. 독일을 예로 생각한 것 같은데, 상위 10%를 건강보험에 포함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민간보험에 가입하여 의료를 이용하게 되는데, 건강보험 측면에서 소득재분배의 기능이 현격하게 떨어지게 되고 재정의 상당부분이 빠져나가는 결과를 파생하게 되어 정부의 재정부담이 더 커지고 개개인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상위 10%의 경우 건강보험과 달리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인 보험료 부담의 경감을 제외하면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 특히 급여의 내용이 달라지면서 현재와 같은 취약한 급여 보장성 수준 속에서 상위 10% 뿐 아니라 나머지 계층에서도 민간보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독일의 경우 급여보장성이 크기 때문에 질병보험에 가입자격이 되지 않는 상위 계층이 별도로 민간보험에 가입하여 급여를 받더라도 질병보험과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그러한 차별이 존재할 것이 예상되고, 민간보험은 그러한 약점을 파고들 것이 예상되므로 급격하게 공적보험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 결국 현재의 급여보장성이 취약한 속에서 이러한 방식의 설계는 상위 10%만 민간영역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위 10%에 해당하는 차상위계층만 공적보험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민간보험으로 이전하는 결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독일식을 상정하고 고민했을지 모르지만, 그 끝은 미국의 의료체계에 닿아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과 같이 저소득계층과 노인에게 막대한 재원을 부담할 용의가 없는 정부는 결국 보건의료를 최악의 상태로 빠지게 만들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