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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중앙노동위원회는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여서는 아니된다!<민변성명서>

작성자 : 관리자 2004.04.21

 

[민변성명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홍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004. 6. 18. 오전 당일까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사용자들 간의 교섭이 원만히 타결되지 않을 경우 19일 직권중재에 회부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우리 모임은 위 노조가 신청한 쟁의조정신청이 중앙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일 때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 논거는 직권 중재 제도 자체에 위헌적 성격이 농후할 뿐 아니라 그런 조치가 노사간의 자율 교섭 및 타결을 가로막고 오히려 파업을 장기화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우리 모임은 중앙노동위원회가 비록 조건부지만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지 않은 것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 이후 보여진 모습은 이미 드러난 바와 같이 노조가 평화적이고 질서 있게 파업을 행하는 것이고, 사용자가 내심은 어떤지 몰라도 외형적으로는 노조와의 교섭석상에서 노조와 머리를 맞댄 것이다. 그러한 모습은 기존의 병원 파업에서는 보기 드문 것으로서 우리 사회의 노사 관계의 성숙도를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노사간에 다소 난항은 있었지만 6. 18. 현재 산별기본협약, 의료공공성강화, 최저임금제, 노동연대기금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의사 일치를 보았다.

이제 교섭이 조금만 더 진척되면 완전한 타결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위와 같은 입장을 밝힌 저의가 무엇인지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위와 같은 입장 발표는 일합을 겨루고 있는 한 쪽 무사의 칼을 빼앗아 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곧 상대방의 칼이 없어질 것이라는 것을 안 무사가 지금 당장 불리하다고 하여 화해를 청할 리가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하루만 버티면 결정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사용자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을 각오하면서 노조와의 교섭을 타결 짓겠는가? 우리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저의를 의심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위와 같은 조치는 노사 자율 교섭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게 만드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가 필수업무를 유지하고 대다수 병원이 일시에 파업에 참여하지는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위와 같은 입장을 제시한 이유로 들지만, 노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약속을 위반하였는지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모임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노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필수업무에 대한 진료를 이행하고 있고 그 파업 규모가 초기에 예상했던 것에 비해 특별히 증대되지 않았다. 그리고 위 파업으로 인해 환자들이 일상적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 외에 진료 업무에 특별히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거나 중대한 재난이 초래되었다는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의 약속 위반을 이유로 든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하였을 경우 그 이후의 수순은 노조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불법파업-사용자의 교섭 회피-공권력투입-장기파업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위 파업 초기에 중앙노동위원회가 보여 준 태도로 인해 중앙노동위원회에 대해 생긴 사회적 신뢰를 완전히 무로 돌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향후 우리 사회의 노사관계를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가게 될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간의 자율적 교섭을 보장하고 이 사건 쟁의에 대하여 직권중재 회부를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2004년 6월 1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이석태(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