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OCIATION OF PHYSICIANS FOR HUMANISM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라는 이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천’이다.

인의협 이사장 인사말

인의협 창립 30년을 넘어, 새로운 30년으로 !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구고, 역할을 한 단체는 많았습니다. 우리 인의협도 지난 30년 동안 아주 작지만 그런 일을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사회 변화는 간단하지만도, 쉽지만도 않습니다.

우리가 간단해 보이는 일을 해온 시간의 두께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이 간단한 일들을 계속 하고자 합니다.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아파야 한다’ 는 말은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불온한 말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아픕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들은 모여서 공부를 했고 한편으론 현장을 찾았습니다.

상봉동 주민들이 석탄 분진으로 시달리고 있을 때 그 곳으로 달려갔고,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죽었 지만 정확한 진상규명과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할 때, 죽음 자체가 은폐되고 있을 때, 문송면에게 달려갔고 원진레이온 노동자에게 달려갔습니다.

또 어느 곳에서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시설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밀어 붙이고, 어느 곳에서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돌아서고, 노인들이 살아온 시간을 송두리째 뽑히려 할 때도 달려갔습니다.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그 문턱을 돈의 장벽만큼 높이려는 시도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행해질 때도 이를 막아내려 했습니다.

아픈 세상에서 아픔을 보듬겠다는 소명을 가진 의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는 소박하지만 굳건한 믿음으로 의료의 길을 걷으려 한 것이 인의협의 창립정신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믿음이 소수의 의사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의사들의 마음속에 깃든 의업의 근본정신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힘없는 시민, 고단한 노동자, 갈 곳 없는 노숙인, 쪽방촌 사람들, 차가운 아스팔트와 철탑 위의 농성자, 차별받는 이주노동자, 낙도오지의 의료소외계층, 의약품이 부족한 북한 어린이 등 아픔이 깃들 수밖에 없는 곳이라면 힘닿는 한 달려갔습니다. 또한 인권과 생명의 존엄을 해하고 목숨에 가격을 매기는 비인도적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대안을 제시해왔습니다.

우리는 우리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당당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관대한 하방연대를 계속하여 추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사소하고 간단한 일들이 쌓여 커다란 변화를 만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30여 년 동안 인의협은 오해와 시련 속에서도 시민의 곁에서 묵묵히 이 명제를 온몸으로 지키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역시 ‘아주 간단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우리는 부박한 세상으로 인해 아픈 이가 있다면, 부당한 차별로 인해 병든 이가 있다면 그 곁을 지키며 상처를 보듬고 함께 걷겠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선배들의 처절한 독립운동 정신이 인의협 활동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해야 할 ‘아주 간단한 일’을 계속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단법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