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OCIATION OF PHYSICIANS FOR HUMANISM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천’이다.
인권위원회
트랜스젠더 숙명여대 합격생의 용기를 응원한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자대학교에 합격했다. 그녀의 합격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것은 그녀의 뜻에 의해서였다. 우리는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낸 그녀의 결정을 지지한다. 그녀의 합격은 ‘트랜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여느 누구의 합격과 다름없이 축하받아야 할 일이다. 한편 우리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일부 여론에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거부하는 주장은 자의적으로 ‘진정한 여성’의 범주를 구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젠더는 성기의 모양이나 외양, 유전자 등으로 구분할 수 없다. 출생 당시 타인에 의해 여/남으로 판별되는 이분법적 성별(지정성별) 또한 젠더를 규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WHO(세계보건기구)와 APA(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했다. 치료받아야 할 질병이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의 하나로 인정한 것이다. 혐오세력으로부터 오인되는 젠더 디스포리아라는 개념도 외부의 기준이 아닌 주관적인 불편감으로 정의되며, 성 정체성이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는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2. 트랜스젠더 여성 차별은 여성 연대를 약화시킨다.
동질적인 여성 집단을 구성하려는 시도는 여성 내의 차이를 비가시화한다. 지정성별 여성 범주가 개인이 경험하는 젠더와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여성 집단 안에서도 개개인은 다양한 젠더를 경험한다. 스스로를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여성과 남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미 여대사회 안에 존재한다. 트랜스젠더 여성을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여자’대학 입학을 거부하는 것은 지정성별 여성 범주 안에서의 개개인들의 젠더 경험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젠더 스펙트럼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연대를 약화하는 효과를 낳을 뿐이다.
3. 소수자가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하다.
우리는 소수자가 건강해야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차별과 편견은 소수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협한다. 숙명여대 사건처럼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시선은 입학 예정인 트랜스젠더 여학생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바라보는 젠더 이분법에서 벗어난 모든 존재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진정한 여성’이라는 이름 아래 소수자를 배제하는 혐오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언론은 당사자들을 더욱 고립시키며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강조차 심각하게 위협한다.
그녀는 국내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 변호사를 보며 법대 진학을 결심했고, 변희수 육군하사의 용기에 힘입어 여태 가시화되지 않았던 트랜스젠더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박한희 변호사와 변희수 육군하사가 그녀의 용기가 되었듯이, 그녀의 용기 또한 다른 누군가의 용기가 될 것이다. 이 용기들이 모여 더 평등하고 건강한 세상을 이루어 나가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다시한번 그녀에게 지지와 연대의 박수를 보낸다.
2020. 02. 06.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