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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인의협][김윤]'신종 코로나' 확산 초비상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 275명뿐… 힘겨운 ‘코로나 醫兵’

작성자 : 관리자 2020.05.25

 [의대 증원? 코로나가 묻다] <상> 

 OECD 평균比 의사 총 5만명 부족… K방역, 의사 증원 없이는 모래성 
 당정, 14년 묶인 의대정원 증원 추진… 의협 “지역의료 개선 우선” 반발  

서울대의대 수업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병원에 감염내과 전문의가 달랑 2명입니다. 제가 자가격리에 들어가버리니 동료교수 혼자 외래에, 선별진료소에, 병원 전체 감염관리까지 도맡아 할 상황이어서 미안하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신종 코로나가 아니라 과로 때문에 언제든 쓰러질 수 있는 의사가 바로 감염내과 전문의입니다.”

 

대구ㆍ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쏟아져 나오던 지난 2월 중순, 진료한 환자가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던 김신우 경북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렇게 소회했다.

 

24일 대한감염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활동하는 감염내과 전문의는 김 교수를 포함해 고작 275명뿐이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했던 대구ㆍ경북지역의 감염내과 전문의는 12명에 불과할 정도로 지방의 경우 전문 의료진 부족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지역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6,873명(24일 0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염내과 전문의 1명이 환자 573명을 치료한 셈이다. 인구(5,000만명 기준)대비로 따져보면 감염내과 전문의 1명이 산술적으로 맡게 되는 국민은 18만1,800여명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대유행)이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위험사회를 버텨내기엔 턱없이 빈약한 버팀목이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그래서 자신들을 ‘의병(醫兵)’이라고 부른다. 감염병이 창궐할 때만 가치를 인정받고, 상황이 종료되면 바로 찬밥신세가 되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사태가 불시에 터질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300명도 채 되지 않는 감염내과 전문의들에게 북 치고 장구까지 치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전문의들이 부족한 현장은 비단 감염병 관련 병동뿐이 아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중환자 전담의로 근무하고 있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A씨는 최근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중환자 치료분야 권위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병원에 들어왔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처음에는 사명감으로 버텼지만 교대할 동료 전문의도 없이 혼자 24시간 중환자들을 살펴야 하는 육체적 고통이 그를 괴롭혔다. 병원에서는 수가가 낮아 추가로 전담의를 채용하는 게 무리라며 난색을 표했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과 전공의들은 “그렇게 근무하다가 선생님이 중환자실에 입원하겠다”고 걱정할 정도다.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장(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중환자 전담의가 2명 이상인 곳은 상급병원 몇 군데에 불과하다”며 “중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중환자 전담의가 최소 3명 이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방역에서 시작해 경제 전반까지 우리 사회 곳곳의 약점과 상처를 날 것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 가운데 의료 시스템과 전문인력 부족의 문제점은 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음압병실을 비롯한 의료 인프라에 대한 준비부실은 2,000여명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들을 병실 밖에 머물게 했고, 사태 초기 사망자 속출과 무관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십 수년 동안 이해관계에 묶여 손대지 못했던 의과대학 정원을 하루빨리 증원해 부족한 의료 전문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30년 부족한 의사 7,600명 달해 


국내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활동의사 인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3명(인구 1,000명당)에 비해 턱없이 적은 2.3명(한의사 포함)에 불과하다. 인구 5,000만명으로 따지면 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는 의사 5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ㆍ여당은 이 정도 인력으로는 신종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에 대처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국내연구에서도 의사 수 부족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연구결과(2017년)에 따르면 2030년 부족의사 수는 7,600명에 달하다.

 

의료인력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엔 의대 정원이 지난 14년간 묶여 있는 영향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에 따르면 의대정원은 지난 2000년 3,253명에서 2006년 3,058명으로 줄어든 후 지금까지 동결상태다.

 

증원규모와 방법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복수의 정부ㆍ여당, 보건의료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당정은 필수진료ㆍ공공의료ㆍ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의대정원 증원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현재 정부ㆍ여당에서 ‘지역의료 인력정원’을 통해 의대인력을 증원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 정원은 기존 의대정원과 달리 별도(특별전형)로 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전형으로 선발된 인력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일정기간 지역의 민간ㆍ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무복무기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당정이 만들고 있는 안의 핵심이다. 의무복무기간은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최소 8~10년까지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ㆍ15총선 당시 의대정원 확대를 통해 필수ㆍ공공ㆍ지역 의료인력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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