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OCIATION OF PHYSICIANS FOR HUMANISM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라는 이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천’이다.

초점

초점

공유하기

[언론] [인의협][우석균]“백신 특허? 태양에도 특허 있나?”...코로나19 확산 맞선 지식공유 운동

작성자 : 관리자 2020.05.23

코로나 계기로 “지식공유” 목소리 커져

백신과 치료제 인류 공공재로 보급하고 정보 자원 접근성 격차 줄여야
 

“누가 이 백신의 특허를 갖고 있죠?”, “특허는 없습니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수 있나요?”

1955년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의학자 조너스 소크(1914~1995)는 백신 개발 성공을 알리는 행사 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 특허권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소아마비는 주로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가 많이 걸려 붙은 이름이다. 사망률은 1~5% 정도. 소크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소아마비는 공중보건의 골칫거리였다. 1952년은 미국 역사상 소아마비가 가장 심각하게 확산한 해로 5만8000건의 소아마비가 보고됐는데 그중 3145명이 죽고, 2만1269명이 마비가 됐다. 그러나 소크의 백신 개발 후 2년 만에 미국의 소아마비 발병은 이전 대비 90%나 줄었다. 2000년 한국과 서태평양, 2002년 유럽에서 소아마비의 완전한 종식이 선언됐다. 전 세계적으로 2018년 발생건수가 33건에 불과해 ‘절멸’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가 인류를 위협하는 지금, 소아마비와 같은 기적적인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은 “소크가 태양에 특허를 걸 수 있냐고 반문한 것은 새로운 기술의 발견은 인류가 지식을 공유했기에 가능했음을 강조한 말”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 이틀째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번 총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처음으로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 이틀째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번 총회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처음으로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WHO 코로나 ‘지식 풀’ 출범 

코로나19 방역에서도,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서도 연대는 중요하다. 팬데믹은 어느 한 나라가 방역을 잘한다고 해서 퇴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9일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의안에 ‘지식 풀(Knowledge Pool)’이 포함된 배경이다. 지식 풀은 자발적으로 코로나19의 진단·치료·예방에 사용할 수 있는 특허권 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자료·진단기기나 치료제, 백신 생산에 사용하는 설계도 등의 정보들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공동관리에 맡기고,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용하자는 제안을 말한다. 지식 풀은 5월 29일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 산하 의약품특허풀(MPP)을 통해 공식 출범한다. 

결의안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에 대응해 “고품질의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필수 보건 기술과 상품에 대한 보편적이고 시의적절하며, 공평한 접근과 공정한 배분을 요청”하며 “이를 위한 불필요한 장애물을 시급히 제거하는” 조치들은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에서 확인한 ‘유연성’ 조항과 일치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연성 조항은 TRIPS 협정이 공중보건을 위한 의약품 접근을 보장하는 관점에서 해석·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특허의 강제실시나 병행수입 등의 근거가 된다. 

의료 분야 특허 전문가인 남희섭 변리사(지식연구소 공방)는 이 결의안에 대해 “문구를 자꾸 약화시키려고 한 미국과 영국의 반대를 뚫은 것은 전체적으로 환영할 만하다”면서 “이제 구체적인 실행, 특히 민간 제약사와 같은 사적 행위자들을 어떻게 참여시킬지가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실제 세계 1~10위 사이의 다국적 제약사가 많은 미국(화이자·머크)·스위스(노바티스)·영국(GSK) 등은 지식 풀에 부정적이었다. 

한국 정부는 지식 풀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8일 세계보건총회 기조연설에서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는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서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그렇다. 하지만 기조연설로만 평가하기엔 이르다. 변혜진 위원은 “특허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지만, 국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내용은 그 연설과 반대로 가는 면이 있다”며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공의료보다 재벌 대기업과 대형병원을 위한 바이오산업 강화나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문 대통령의 말이 공수표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나라가 보유한 특허 중 공적자금을 투입해 확보한 특허를 선별해 풀에 올리는 작업을 선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 확보한 백신 후보 물질이나 공적자금을 지원해 확보한 진단기술을 풀에 채우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먼저 나가야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동참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소스 운동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면서 “많이 참여할수록 배신할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풀을 키우는 작업에 우리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 전반의 지식공유 활성화 계기로 

WHO 지식 풀은 코로나19에 대응한 국제사회 공조를 상징한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가정의학과 의사)는 이런 공조 체제에 부응하는 국내 여건을 마련하는 한 작업으로 공공제약사 혹은 국영제약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석균 대표는 “도하 선언은 공적·비상업적 목적이라면 특허를 미리 쓰고 나중에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특허를 강제실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민간기업은 상대 제약사의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설사 풀로 공유한다고 해도 쉽게 나서지 못한다”며 “그런 점에서 특허권 강제실시를 담당할 수 있는 국영제약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한 특허를 강제 실시해 활용하는 걸 꺼려한다. 다국적 제약사의 약을 수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게 '찍히면' 향후 약을 공급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005232000001&code=920100#csidx22a545e9373ca66a7c349f20e0a0a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