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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의협][최원호] "최후까지 남을 저는 공공병원 의사입니다"

작성자 : 관리자 2020.03.05

우리 보람은 당신 일상이 유지되는 것

저는 마산의료원의 외과의사입니다. 지금은 수술을 접고 음압병동에서 확진자 여섯 분을 돌보고 있고요. 우선 고맙다는 말씀부터 전합니다.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사람임에도 투고 권유를 받겠다 한 이유도 여러분들께 이 말씀을 전하고팠기 때문입니다.

의료원이 모두에게 열렸던 문을 닫고 확진자만의 진료를 시작한 이후로 위로품들이 도착했습니다. 떡과 빵과 라면에 과자와 사과즙 커피, 심지어 홍삼액도 있더군요.

이게 글로만 보던 연대란 거구나. 나 홀로가 아니란, 먼저 맞으라고 등을 떠미는 게 아니라 함께 버티겠다며 든든히 등을 받쳐 주시는 그 느낌에 다들 울컥했답니다.

다만 누가 '병원에서 고생하는 의사들'이라 하면 꼭 정정해 주세요. 간호사도 조무사도 요양보호사도 방사선사도 재활치료사도 사회복지사도 총무과 시설과 전산팀 영양사 조리사 또 안전하게 경비해 주시는 분들과 청소여사님들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격리의 불편을 인내하는 확진자분들까지 한마음으로 이겨내고 있다고요. 아니, 병원 직원들뿐 아니라 이렇게 안과 밖 모두의 마음이 모여 이겨내고 있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그에 대한 답례로 제가 겪은 바를 여러분들과 나눌까 합니다.

▲ 최원호 마산의료원 의사. /경남도민일보DB
▲ 최원호 마산의료원 의사.

◇불안?

주변의 많은 분들이 물으시더군요. 무섭지 않냐고?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저희 또한 처음 겪는 일이라 시작하면서는 제법 불안했답니다. 하지만 공부하고 교육하고 또 직접 겪은 지 열흘가량이 지난 지금에는 다들 많이 안정됐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도 우리는 하늘이 무너질까, 땅(지구)이 돌까, 둥글어 떨어질까를 걱정했었죠. 하지만 이제 그런 고민을 하는 이들은 거.의. 없잖아요? 그렇듯 무지가 불안을 낳고 지식이 우리를 자유케 하니, 지금까지 확인된 몇 가지만 먼저 알려드릴게요.

우선 코로나바이러스는 새로이 생긴 것이 아닙니다. 229E, NL63, OC43, HKU1 4개는 일반적인 감기를 유발하며, 알고 계신 사스나 메르스도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이뿐 아니라 동물에서 유래한, 아니 이제 유래를 찾기도 힘든 많은 바이러스들이 우리와 익숙하게 함께하고 있지요.

다만 우리 대부분이 눈 두 개 코 하나로 비슷하더라도 각각의 생김새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다르듯이, 바이러스 또한 변이를 통해 우리에게 불편(=병)한 녀석들도 드물게 생기죠. 아니, 생기는 거야 보다 흔할 수 있으나 그것이 동물에서 사람에게로 노출되고, 심지어 기침이나 점액 등 우리 몸의 정상적인 배출기전을 넘어설 만큼의 양이 한 번에 도달해 면역계를 깨워 반응(=증상)을 일으키고, 또 증식하여 밀접히 접촉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퍼져 지금과 같은 유행이 될 확률이 로또의 당첨 확률보다 훠얼~씬 더 낮기에 보통은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죠. 그러니 전염병을 일상으로 걱정하는 일은, 로또에 매일 걸릴까를 걱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와 관련하여 이상한 음모론에 휩쓸리는 일은 이제 와 신천지를 믿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두 달여간의 경험과 연구들은 말합니다. 기침 시 발생한 비말(침, 콧물, 기타 분비물 같은 거요)이 직접 닿을 수 없는 1m 80cm 이상의 거리, 특히 뻥 뚫린 공간에서는 개인 간의 전파가 어려움을요.

또한 2m 이내의 거리라도 마스크와 손씻기 등 일반적인 개인위생만으로도 충분히 차단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설령 걸리더라도 일반적인 감기약조차 필요없을 정도의 경미한 증상을 겪는 확진자(환자라는 말을 일부러 안 쓰고 있습니다. 겨울/환절기에 기침 몇 번 하시는 분께 환자라 하지는 않잖아요?)가 대다수임을 직접 겪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실제 현재까지 확인된 치사율 또한, 중국 전체로 3.6%, 일본이 2.2%, 프랑스가 2%, 특히 호주도 3%, 미국은 6% 그리고 한국이 0.6%입니다. 마음이 놓이시죠? ㅋ 앗, 물론 다른 대부분의 병들에서처럼, 당뇨 고혈압 투석 천식 심장병 등 지병이 있으시거나 청도대남병원에서 보듯 열악한 환경에 처했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분들 그리고 60~70대 이상 고령이신 분들께는 드물게 치명적일 수 있어 저희 또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밖에서도 그 분들께 더욱 각별히 신경 써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 마산의료원 음압병동 안에 있는 최원호 의사를 직원이 찍은 모습.
▲ 마산의료원 음압병동 안에 있는 최원호 의사를 직원이 찍은 모습.

◇음압병동의 일상

안의 생활도 궁금해하시더군요. 업무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음압병동으로 출근하는 제 기준으로 소개해 드리자면, 출근하면 안전통로를 통해 원내로 들어가 수술복으로 갈아입습니다. 그 위에 방호복 및 N95 마스크를 끼고 이중으로 음압(안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뜻)이 걸리는 통로를 지나 그 위에 또 겉장갑과 앞 가운을 두르고 마스크를 낀 확진자분과 최소 1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며 회진을 돕니다. 증상이 소실되고도 48시간이 지난 환자의 재검사 때가 아니면 직접 접촉할 일은 없고요.

나올 때는 또 역순으로, 방호복을 벗고 샤워하고 수술복도 다시 갈아입고서는 생활공간으로 향합니다. 이 정도니 의료행위를 통해 전염될 확률은 거의 없으며, 사실 직원들의 가족과의 접촉을 제한할 이유도 없죠. 그럼에도 2m 이내 공간에서 확진자를 대한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의 직원들은 병원 내 별도의 생활공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개학을 앞둔 아이들이 있는 직원들은 혹시나 모를 지역사회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더더욱 조심하고 있답니다.

여기서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음압시설은 우리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치료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확진자분들도 죄인이나 위험물질로 격리된 것이 아니라 환자로서 보호받고 있는 것이고요. 그러니 정작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협조해 주시는 확진자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한 이런 것도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햇볕도 안 드는 좁은 방에 고립돼 운동도 못 하고 24시간 TV나 핸드폰만 보는 생활이 이제 1주일이 넘어갑니다. 그러다 보면 소화도 안되고 배변도 어려워지며 또 낮밤이 바뀌어 잠도 푹 못 잘 텐데, 그게 과연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는 데 도움이 될까요? 이런 맥락에서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분들에 한해 자가격리 또는 시설격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저는 적극 동의합니다. 혹 이에 대해 방치나 포기로 읽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우리는 격리가 아니라 치료를 하고 있음을 한 번 더 고려해 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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