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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의협][유기훈] 폐쇄병동 110명 감염, 6명 사망... 인간의 조건을 묻다

작성자 : 관리자 2020.02.25

 

폐쇄병동 110명 감염, 6명 사망... 인간의 조건을 묻다

청도대남병원 코로나19 집단 발병... '만인평등' 바이러스 앞에 폐쇄병동 문이 열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833명으로 늘어났다. 이중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의 정신장애인 집단발병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833명 중 112명이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과 연관성이 있는 감염이었고, 그중 5명이 안타깝게도 사망하였다. (24일 오후 6시 기준)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원인분석을 내놓았다. 혹자는 "정신병동 환자들의 집단생활과 개인 위생개념의 미비"를 원인으로 꼽기도 하였고, "경제적 하류층이라는 특성으로 인한 다인실 사용, 자살이나 자해사고 방지를 위해 개인 간 커튼 등을 설치하지 않아 감염전파가 용이하다는 점" 등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이로부터 '감염 취약지'로서의 정신병동 문제 및 정신병동 감염관리 및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분명 감염 취약지로서의 정신병동의 관리 필요성은 그동안 주목하지 못해온 시급한 문제이며, 이미 감염된 정신장애-감염인에 대한 최선의 치료 또한 선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폐쇄병동 집단감염사건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 본 글에서는 폐쇄병동에서의 코로나19 집단 발생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너무나 다행인, 너무나 절망적인 : 폐쇄병동의 지리학

 

이번 폐쇄병동 집단 발병 사건에서, 너무나 다행이면서 동시에 절망적인 사실은, 놀라우리만치 정확히 '폐쇄병동'의 경계와 집단발병의 범위가 일치했다는 사실이다.

 

 

 

 

폐쇄병동과 다른 요양시설 등이 연결되어 있었던 해당 병원의 구조로 인하여, 많은 언론은 폐쇄병동으로부터 다른 병동이나 요양원으로 감염이 확산되기 좋은 환경이라 우려하였다. 한 명의 환자가 1.3~3.9명을 감염시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높은 전염력 1)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감염은 폐쇄병동을 넘어 인접한 요양원, 요양병원 및 지역사회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라 우려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거의 정확히 폐쇄병동의 경계를 지켰다. 폐쇄병동 정신장애인 103명 중 101, 폐쇄병동 직원 9명이 감염되었지만, 일반병동 환자 중 확진자는 단 2명뿐이었다. 폐쇄병동의 철문 안에서는 98%의 인원이 감염되었지만, 인접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방문자나 가족에게는 퍼져나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병원 측이 발표한 것처럼, "한 달간 외출도, 면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들과 수용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병동과 세상의 경계는 단지 몇 발자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수용인들에게 폐쇄병동과 그 바깥 세상은 철저히 분리된 공간이었던 것이다.

 

오직 '그들' 사이에서만 아주 빠른 속도로 전염병의 전파가 이루어졌다. 같은 세계 내에 살지만 외딴 섬처럼 다른 세계였던 그 집단 속에서, '이쪽 세상''저쪽 세상'을 나누는 폐쇄된 문의 경계를 너무나도 정확히 지키며, '저쪽 세상' 속 수용자들의 몸을 빠르게 잠식해갔다.

 

애초에 '이쪽 세상'의 지리학으로 폐쇄병동 문 너머의 '저쪽 세상'을 상상했던 '우리'의 걱정은 기우였을지 모른다. 개인이 경험하고 상상하는 공간의 한계가 그 사람의 세계를 그려낸다고 할 때, 수용된 정신장애인에게 세계는 병동으로 제한되며, 맞은편 병동이나 요양원까지의 주관적·체감적 거리는 청도 시내나 서울에 앉아있는 타인과의 거리 만큼이나 먼 것이었을지 모른다.

 

수용시설 바깥의 개인에게는 너무나 불편한 격리와 수용은, 병원 속 정신질환자들에게는 일상이었고, 이미 그들은 '정상적인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갇힌 존재였다. 너무나 다행스럽게,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절망적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한참 이전부터, 이미 그들은 세상과 격리되어 있었다. 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오랜 건강불평등의 뒤늦은 발견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신병동이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비록 외부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의 집단 발병으로 우리의 눈에 가시화 되었을 뿐, 정신병원과 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건강은 단지 감염병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다.

 

국립재활원 <장애와 건강 통계>(2018)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평균 사망연령은 57.6세로, 전체 인구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자살이나 자해와 같은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정신질환과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은 정신장애인 집단에서 비장애집단에 비해 2~3배 높은 수치를 보이는데 3), 이는 폐렴과 같은 감염병부터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에도 더욱 취약한 특성을 지니는 정신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한다.

 

정신장애인은 질환 자체의 특성으로 증상의 호소가 어렵거나, 자기 몸의 문제와 그 심각성을 알아채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음과 동시에, 사회경제적 수준과 건강문해력(Health literacy)이 낮아 적절한 건강관리를 위한 특별한 지원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정신장애인 건강검진수검률은 비장애 인구의 60%대에 그치는 상황이며4), 인권위의 <중증, 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몸이 아파도 의사로부터의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시설거주 정신장애인 비율이 15.3%에 달하는 상황으로, 정신장애인 집단은 건강의 실질적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기사 이어 읽기  http://www.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61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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