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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인의협][홍종원]홀로 살아가는 삶은 환상이다

작성자 : 관리자 2020.10.10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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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남의 집 드나드는 닥터 홍


 

⑩ 무심한 건강의 조건, 이웃


 

 

“오,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선생님, 저 아시죠?(웃음)”

 

돌봄요양센터로부터 요청을 받고 방문한 집에서 요양보호사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이 센터는 우리 지역의 자랑이다. 최근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하였다. 돌봄종사자들이 조합원이자 주인이다. 말하자면 ‘당신 곁의 돌봄’을 실천하는 특별한 요양기관이다. 지역 활동을 하며 이사장님과 실무자분들과 친분이 생겨 돌봄종사자분들의 운동회에서 진행 및 사회를 맡았다. 재능은 없지만 뜻깊은 자리여서 마다하지 않고 참여했다. 바쁜 돌봄노동 가운데서도 100여분이 초등학교 체육관에 모여 모처럼 신나게 운동하고 춤을 췄다. 이미 가정방문하며 뵈었던 분들도 계신다. 나름 만족스럽게 진행했나 보다. 돌봄센터 포함 자활기업 전체 야유회에도 초청해주셨다. 이번에는 행사를 진행하며 재롱도 더했다. 이러한 인연 덕분이었을 것이다. 몇 개월 흘렀지만 문을 들어서자마자 요양보호사님이 알아봐주신다.

 

50대 희진(가명)님은 3개월 전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병원, 시설을 오가며 살아왔다. 내가 도착했을 때 불안 증상이 갑자기 생겨 다소간 힘겨워하고 있었다. 차분히 마음을 진정하고 대화를 시도했다. 오래전 정신질환으로 가족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는 홀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요양보호사님이 떠난 오후 시간과 주말은 홀로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려봤다. 가족들로부터 “계속 우리를 귀찮게 하면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겠다”는 날 선 말이 돌아왔다. 전화를 받지 않는 가족도 있다. 전화 받기도 지친 것일까. 가까운 약국에 나가 음료를 한잔 마시고 몇 없는 주변의 이웃을 잠깐 만나는 것 외에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나이가 5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무릎도 통증이 심해 3층에서 계단을 내려가는 일도 불안한 몸이다. 넘어질 위험이 크다. 약국에서 한병 두병 마시는 자양강장제의 양이 많은 것도 걱정이다.

 

“선생님께 마음속 이야기 다 하면 치유해줄 거예요.” “희진님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처럼 약 잘 챙겨 먹으면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저도 들를 테니 같이 이야기 나눠요.” “네, 선생님. 괜찮겠죠? 많이 걸으면 되죠?”

 

희진님은 다행히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함께 집 안에서 운동을 해봤다. 방문하는 의사로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때로 들르는 이웃이 되어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희진님께 처방된 향정신 약물과 진통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희진님의 건강을 완벽히 돌봐주지 않음은 명백하다. 희진님을 외면하는 가족들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돌봄의 전부가 가족에게 온전히 맡겨져 있다. 정신질환을 가진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희진님의 삶 곁에 이웃들이 건강의 조건들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희진님을 진심으로 돌보는 요양보호사님과 가끔 들르는 방문의료인, 정화조 값을 받으러 오는 이웃, 이따금 약국에서 만난 사람들. 희진님이 혹시라도 넘어졌을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이웃들이 주변에 있기를. 홀로 살아가는 삶은 환상이다.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돌볼 때 아파도 살아갈 수 있다. 우리의 생존은 온전히 돌보는 이들 덕분이다. 희진님뿐 아니라 질병과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여러 이웃들이 무심한 건강의 조건이 되어주길 바란다.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것이 된다면 조금 더 살 만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찾아가는 의사 홍종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5227.html#csidx8c6fc9255e870ffb117a478c0295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