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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변희수 하사님을 기리며

작성자 : 관리자 2021.03.06

 

​사진 C:한계레신문

 

 

  

변희수 하사님을 기리며

- 이 땅에 남아있는 변희수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변희수 하사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가장 공고한 집단인 군대, 그곳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낼 만큼 변 하사님은 큰 용기를 지닌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 조치를 당한 이후에 그를 덮친 세상의 편견은 큰 용기를 가졌던 그도 견디지 못할 만큼 모질었습니다.

 

불과 지난 한 달 사이 우리는 이은용 작가, 김기홍 활동가, 변희수 하사의 비통한 소식을 연달아 접해야했습니다. 이들의 사망은 한순간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으로 살겠다는 단순하고 소박한 소망을 짓밟는 폭력이 생애 내내 누적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학교, 군대, 병원 등 사회 곳곳에서 배제되면서 누적되어온 폭력이 소수자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칩니다. 병들게 합니다. 죽게 만듭니다. 심지어 이런 현실을 바로잡아야 할 입법자들은 누구보다 서슴없이 차별의 언어를 뱉으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어깃장을 놓습니다.

 

우리는 살아남아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것입니다. 우리는 편견과 무지에 맞설 것입니다. 그것이 변희수 하사님이 스스로를 드러낸 용기를 이어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힘든 시기입니다. 주변에 마음 아픈 이가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밉시다. 슬픔을 나눕시다. 떠난 이를 충분히 애도합시다.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떠난 사람의 빈자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되돌아봅시다. 그리하여 우리가 바로 여기 존재하고 있음을,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앞으로도 함께 싸우고 함께 존엄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합시다.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변희수 하사님의 말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그 말 속에서 이 땅에 여전히 남아있는, 지금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른 많은 변희수들의 안녕을 묻습니다. 우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소수자가 건강하지 않고는 사회가 건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진정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땅에 남아있는 변희수들과 함께하겠습니다. 더욱 애쓰고 노력하겠습니다.

 

변희수 하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성소수자인권위원회·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