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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보건의료단체연합] 코로나19 추경안, 공공의료 예산 제로와 취약계층 지원 태부족을 규탄한다

작성자 : 관리자 2020.03.13


 

 

코로나19 추경안, 공공의료 예산 제로와 취약계층 지원 태부족을 규탄한다.

- 서민지원과 국공립병원 확대를 위한 예산증액과 추가추경이 필요하다.

 

 

오늘(13)부터 국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한다. 코로나19 위기가 심화되자 어제 국회 7개 상임위가 정부 제출 117000억원 추경안보다 62604억원을 증액해 의결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슈퍼 추경’, ‘사상 초유 국회증액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여전히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생계 지원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예산은 전무하다. 요란한 말잔치와 생색내기로 치장돼 있을 뿐 이 정도 수준의 위기대응이라면 국가의 책임 방기 또한 심각한 재난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는 국회가 이제라도 실질적이고 제대로 된 예산안을 논의하기 바란다.

 

첫째, 공공의료 강화와 확충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사태는 공공의료 부실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위기 상황에서 사실상 지방의료원과 국공립병원만이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구경북에서는 음압병상은커녕 일반병상 자체를 구하지 못해 2000명이 넘은 환자들이 입원을 대기해야 했고, 이 중 여러 명의 환자들이 집에서 사망했다. OECD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병상을 가지고 있지만 공공병상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이 발생한 일이었다.

기초 지자체마다 제대로 된 공공병원을 설립해야 한다. 최소한 이번 사태로 공공병원이 없어 의료공백이 명백히 드러난 지자체는 반드시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대구에는 적어도 제2의 대구의료원이 필요하다. 부실 민간병원인 청도대남병원은 공공이 매입해 지역거점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공백상태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서부경남지역과, 급성기 병상을 보유한 공공병원이 한 곳도 없는 울산의 실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공공병원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부산의 구 침례병원도 국가가 매입해야 한다. 이것은 최소한의 조치다. 이번 판데믹으로 70개 중진료권 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이 없는 곳은 매입 또는 신설하고, 있는 곳은 대폭확대 강화하는 것의 절실함이 드러났다.

국회가 이번에 감염병전문병원 설계비를 일부 증액했지만, 국공립병원에 설치하지 않으면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의 선례를 밟게 될 것이 자명하다. 감염병전문병원도 외국처럼 공공의료확대와 함께 추진돼야 의미를 가진다.

또 의료인력 부족의 심각성이 노출되었으므로 공공 보건의료대학을 설치하고, 또 국립의과대학 및 의약계열대학에 일정 비율(예를 들어 30%)을 증원하여 지역출신 국가장학생으로 이들을 일정 기간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것을 의무화하여 공공의료인력 및 감염병 대비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에 정부가 코로나 병상 확보를 위해 전국 지방의료원과 국공립병원을 동원하려 했으나 결국 군인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들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국공립 공공병원을 확대·강화하면서 공공인력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18조원 규모의 추경에도 단 하나의 공공병원도 짓지 않으며 공공의료 강화를 외면한다면 국민 생명·안전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둘째, 재난생계소득을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제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코로나19 관련 각계에서 요청하는 일시적 재난소득 논의에 대해 '기본소득은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현재 대다수 국민들이 겪는 생계위기에 대한 아무런 인식도 공감도 없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 임시·일용직,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은 무급휴직, 임금삭감, 고용불안, 폐업·해고 등을 겪고 있다. 추경안에는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책이 없다. 직접적 소득보전 뿐 아니라 이들에 가해지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기업 감시와 처벌이 필요하다.

또한 건강상태 악화를 겪거나 취약한 현장에서 노동하는 모두에게 필요한 유급휴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한 노동환경이 광범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보여줬다. 휴교·휴원 등에 따른 돌봄 취약계층도 유급돌봄휴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번 국회 증액안은 턱없이 부족하다. 단적으로 일용직근로자에게 긴급생계비 911억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일용직이 150만에 이르고 임시근로자까지 600만 명에 이르는 나라에서 한 사람에게 1~5만원 남짓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직접적 혜택을 주는 대상은 오로지 건물주 임대료 무상지원과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보여주듯 소비여력이 있는 계층으로, 취약계층 지원보다는 경제논리에 따른 경기부양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영세자영업에게는 직접 지원이 아니라 융자지원, 세제혜택만 제시하고 있다. 실제 재난상황에 놓인 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재정을 풀어 직접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평소 가려져 있던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의 존재를 밝혀내고 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이들이 감염병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고, 또 이들이 건강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건강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불평등은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므로 제대로 된 재난생계소득 지원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며 존재 이유다. 그리고 이는 모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공중보건 정책이기도 하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판데믹을 선언했고 여름철 기온이 올라도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거나 겨울마다 찾아오는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지금, 공공의료 강화는 더 이상 상징적 요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급박한 실질적 생존의 문제다. 중국이 2300병상과 1000병상의 공공병원들을 불과 며칠 만에 세웠듯 공공인프라 확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을 뿐이다.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 지원과 경제성장에 매몰되지 말고 공공의료 강화와 실질적 지원 대폭확대를 통해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제대로 된 예산확보와 추가추경을 통해 이 역할을 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2020. 3. 13.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