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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보건의료단체연합] 무분별한 DTC 유전자검사 허용 규탄한다

작성자 : 관리자 2020.02.18

 

- 의료상업화를 부추기는 행위 중단하라

- 개인유전체정보 상업적 이용 반대한다.

-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차의료와 공공의료 강화이다.

 

 

정부가 2월 17일 소비자 대상 직접 유전자검사 항목을 56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기존 12개의 유전자검사도 유효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할 보건복지부가 이 시점에 의료상업화와 불필요한 건강 공포마케팅만 부추기는 근거없는 유전체업체 몰아주기를 하는 것에 우리는 분노하며, 즉각 이런 조치를 중단하기를 촉구한다.

 

1. 정부가 허용한 56개 유전체검사는 국민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심각한 부작용만 일으킨다. 예를 들어 ‘발목부상위험도’ ‘식욕’ ‘아침형·저녁형 인간’ 등의 유전체가 있다는 식의 황당한 검사는 의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이는 건강 염려증만 퍼뜨리며 국민들을 불필요한 검사 및 각종 기능식품 등에 노출시킨다. 특히 이번에 허용한 검사항목들은 ‘와인선호도’ 같은 항목에서 보듯 상업적 유희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이런 황당한 정책마련에 국가역량을 소모하는 것은 복지·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몰두해야 할 보건복지부의 직무유기다. 대다수 OECD 국가에서 유전체검사는 대개 의학적으로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만 의료진의 지시나 자문으로 이루어지고, 검사결과에 대해서도 필요에 따라 충분한 설명을 고지받게 된다. 엉망진창 의료체계인 미국과 중국 정도만 허용한 상업적 유전체검사 허용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은 건강으로 돈벌이를 하는 기업의 민원처리에 지나지 않는다.

 

2. 무분별한 민간 유전자 검사허용은 국민 개개인의 민감정보를 유출시킬 정책이다. 우리는 이번조치가 지난달 통과된 개인정보 3법 개악과 연계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업이 개인건강·의료·유전체 정보를 국민 개개인의 동의 없이 가명처리만 하면 온갖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의 DTC 유전체업체들도 사실 특정 유전체분석 서비스로 인한 이익보다는, 개개인의 유전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기존에 허가하고 있던 12개 항목은 검사허용 ‘유전자’의 제한이 있었지만, 이번 56개는 그런 제한조차 없다는 점은 의학적 근거가 더욱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유전자정보 채굴사업으로 이 검사서비스를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부가 근거 없는 검사를 부추겨 개인의 유전체정보를 민간기업에 수집하게 해서는 안 된다.

 

3. 정부가 상업적 유전자 검사 확대, 상업적 개인 건강관리 정책에 집중하는 것은 사회정책을 배제하고 건강을 개인책임으로 돌리는 일이다. 건강에 유전자가 단일요인으로서 작용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유전자검사를 의료전문가의 지도 하에 특정 유전자에 한정해 수행하는 이유는 단일유전자-단일질환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유전자 검사의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끝나고 인간 유전자지도의 대부분을 파악했지만, 인류가 겪는 질환의 상당수는 유전자와 거의 무관하다. 특히 그나마 영향력이 높을 것으로 파악된 암의 경우도 환경, 식품, 수면, 운동, 스트레스, 감염 등 변수가 많다. 그리고 이를 좌우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노동·소득·주거 등 사회적 결정요인이다. 근거에 입각한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해야할 뿐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국민들 삶의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건강 정책의 원칙이다. 최소한 보건의료정책으로는 주치의제와 일차보건의료 제도 등이 필요하지, 이처럼 근거 없는 유전자 결정론과 개인 책임전가만을 일으키는 유전자 검사 허용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코로나19에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다. 정부는 감염질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 뿐 아니라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와 지역사회 대응을 위한 주치의제를 비롯한 일차의료체계 강화를 논의해야 마땅하다. 이런 상황에 건강염려증을 부추기며, 전혀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로지 업체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의료상업화·규제완화를 발표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부의 행태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특정 업체 이윤추구를 위한 DTC 유전체검사 확대를 철회하고, 오히려 개인건강·유전자 정보 규제강화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0. 2. 18.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